Y-Review

[안녕, 魔王 #10] 진짜 사랑의 대상을 갈구하는 비장한 로맨티시즘

넥스트 (N.EX.T) 『Here, I stand for you / Couple with Arirang』
1,49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7.02
Volume SP
레이블 Revolution No.9




개인적으로 1997년에 발표한 신해철의 음악들은 그의 (록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 그리고 넥스트라는 밴드의 커리어에 있어서 확실히 그 극단이자 정점으로 치닫는 단계의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솔로 활동 시대를 지나 넥스트 활동으로 넘어오면서는 그가 무한궤도 시절부터 추구했던 ‘밴드 음악’의 틀 속으로 돌아왔고, 첫 앨범 『Home』(1992)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부터 자신의 시선으로 볼 때 최상의 조력자가 될 연주자들을 끌어들여 그가 서구 클래식 록(하드록-AOR-헤비메틀-아트록 등)에서 존경하고 숭배했던 모든 매력의 요소들을 넥스트의 음악들 속에 녹여내는 원대한 작업을 『Return of the N.EX.T』 시리즈를 통해 구현해냈다.


하지만 이 성과는 지속적 멤버들의 변동 속에서 이룬 것이었기에, 김세황-김영석-이수용 체제가 정착된 후 다음 앨범이자 넥스트 첫 활동기간의 마지막 앨범이 되는 『Lazenca : A Space Rock Opera』(1997)가 나오기 전까지 신해철은 조금은 ‘대중과 가까워지는 여유’를 가졌다. 다시 말해서 솔로 앨범 속에서의 ‘대중적 멜로디 메이커 신해철’과 ‘클래식 록 전사 신해철’의 결합을 정교하게 시도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라이브 앨범 속 타이틀 곡이었던 「R.U.Ready」(1997)와 『정글 스토리 OST』의 「아주 가끔은」(1996), 그리고 이 싱글의 타이틀곡 「Here I Stand for You」였다.


1990년대 전반기의 한국의 ‘록 발라드’는 주류 가요 시장 속에서 단지 이별의 슬픔과 애상(哀想)만을 표출하는 도식적인 작품들의 범람으로 그 가치가 떨어져가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마치 요시키(Yoshiki)가 엑스 저팬(X-Japan)의 록 발라드를 통해 유럽풍 심포닉 록의 테크니컬한 편곡과 J-Pop 발라드의 일본식 멜로디 라인을 융합했듯, 신해철은 정갈한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김세황의 격렬한 기타 솔로를 한국 주류 팝 발라드의 공식 위에 깔끔하게 덧입혔다. (그래서 드럼과 베이스가 빠진 두 번째 트랙으로 들을 때는 종반부의 색소폰 연주가 더욱 대중적 ‘팝송’으로 들려온다.) 신해철의 목소리 역시 지속적인 두성 발성 훈련을 통해 완성해낸 그의 샤우팅 보컬과 진성 음역에서의 감정을 담은 보컬이 원숙한 밸런스를 이루며 가사가 담고 있는 진정성 – 성인 남성이 품는 진정한 자아 완성을 이뤄줄 ‘진짜 사랑’의 대상을 갈구하는 비장한 로맨티시즘 – 을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정말 이 곡의 메시지는 당대 20-30대 솔로 남성들의 이상의 반영일 뿐 아니라 신해철 본인의 결의로 느껴질 만큼 간절하고 비장하다.)


한편,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폐막식 음악으로 활용된 「아리랑」은 그가 넥스트를 통해서 항상 시도했던 서구 헤비메틀의 형식미의 완벽한 구현, 그리고 「Komerican Blues」(1995)를 통해 한 번 구현한 바 있는 서구 록과 국악(사물놀이)의 결합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끌어올린 작품이다. 스래쉬 메틀/프로그레시브 메틀의 형식미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아리랑의 기존 멜로디를 그대로 활용하고, 기타-드럼과 국악기들의 어우러지는 흐름이 전체적으로 매우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물론 이는 곡의 흐름에 잘 맞는 세션을 해준 김덕수 사물놀이 팀의 공헌도 무시할 수 없다.) 록과 국악의 어설픈 50:50보다는 서구적 음악 뼈대 위에서 국악기의 소리와 민요의 음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 편곡의 묘미에서는 그 이전과 이후 모두를 합쳐 몇 손가락에 꼽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싱글을 통해서 신해철은 자신이 1992년부터 이 때까지 넥스트를 통해 이뤄낸 음악적 성과가 단순히 실험적 시도에 그치지 않고 매력적인 대중적 트랙들을 완성하는 데에도 효과적 방법론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그 시도에 대중은 꽤 호의적으로 응해주었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뒤이어 자신의 하드록/메틀 밴드 사운드의 궁극적 완성지점인 넥스트 4집 제작을 향해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Credit

N.EX.T are
신해철 : Lead & Backing Vocal, Keyboards
김세황 : Guitars
김영석 : Bass
이수용 : Drums

Produced by 신해철 for Big Bang
Written, Composed, Arranged by 신해철 (Except 「Arirang」 is Korean Traditional)
Strings Arranged by 신해철 & Yoshino Fujimaru

Guest
「Here, I stand for you」 - 김광민 : Piano, Jake H. Concepcion : A.Sax, Tomoda Kaiaki Ochestra Team : Strings
「Arirang」 - 김덕수 사물놀이패

Mixed By Mick Glossop
Recorded by 이유억, 김은석
Strings and Additional Recording in Landmark Studio by Mick Glossop
Assistant Engineer : Hiroaki Sato (Landmark), Tomoyuki Morikawa (Humble Heart)

Recorded at Universal Studio, Seoul
Mixed and Additional Recorded at Landmark Studio, Yokohama
Mastered by Bobby Hata at Disc Lab (On Air Ajabu) Studio, Tokyo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Here, I stand for you : Original Version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2
    Here, I stand for you : Silhouette Version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Arirang : 97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폐막식 음악
    미상
    미상
    신해철
  • 4
    Here, I stand for you (inst.)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5
    Arirang (inst.)
    미상
    미상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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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out 김성환 ( 20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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