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7] 넥스트의 다시 이룰 수 없는 성취

넥스트 (N.EX.T)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
2,04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5.09
Volume 3
레이블 대영AV


 


『Home』(1992)과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1994)의 진보는 멤버 변화 이상으로 컸다. 그리고 두 번째 파트인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을 통해 이전까지 신해철이 발표했던 앨범들 사이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이뤄졌다.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Live Concert Chapter 1』으로 먼저 선을 보인, 지금까지 가장 이상적인 넥스트의 라인업으로 평가되는 신해철(리드 보컬/키보드), 김세황(기타/보컬), 김영석(베이스/보컬), 이수용(드럼)이 말 그대로 놀라운 사운드를 쏟아낸다. 여기에는 놀라운 연주를 뿜어내는 멤버들의 활약과 함께 한국 녹음의 한계를 잘 알고, 이에 대처하는 레코딩 설계를 한 신해철의 기지, 그리고 영국으로 보내 작업한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삼박자가 절묘했다.

 

「세계의 문」을 여는 Part 1의 새소리 사이로 들리는 투명한 어쿠스틱 기타의 해상도부터 이전까지 신해철 음반의 인트로와 다르다. 충격은 Part 2에서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 Steve Vai를 얻은 David Coverdale이 『Slip of the Tongue』(1989)에서 퍼부었던 전율을 떠올렸었다. 그리고 이 글을 위해 다시 듣는 지금도 충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Myself』(1991)부터 신해철은 자신만의 키보드 사운드를 거의 완성했다. 나는 이 키보드 연주를 남들과 차별화 된 자기 소리이긴 하되, 전혀 새로운 독창적인 면모를 가졌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김세황의 기타 톤과 어우러지는 순간, 신해철의 키보드에는 새로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났다. 날렵한 균형감을 갖춘 솔로와 정교한 리프 연주 모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연주는 신해철에게 정말 필요로 했던 무기였다. 신해철이 가진 정통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록, 훵크,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모두 무리 없이 연주할 뿐 아니라 여기에 날카로운 톤감각까지 집어넣는 여유를 가진 기타리스트로 그만한 적임자는 없었던 것이다.

 

「Komerican Blues : Ver.3.1」은 「세계의 문」이 준 헤비메탈 충격 원투에 이어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김영석의 섬세하게 쪼개진 슬래핑 비트와 어우러지는 풍물, 출렁대는 기타 리듬 위로 날리는 구음, 예상치 못한 마칭 드럼을 사이사이 찔러 넣으며 풍물과 또 다른 리듬 덩어리를 구축해낸 드럼, 랩과 시퀀서의 활약까지 그야말로 장관이다. 넥스트가 보여주고 싶었고, 증명하고 싶었던 음악을 이룩해 낸 최고의 노래라 확신한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이 즈음 신해철은 Faith No More의 『King for a Day... Fool for a Lifetime』(1995), Dream Theater의 『Awake』(1994)로부터 큰 자극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메탈이라는 장르가 품어낼 수 있는 장르의 다양성, 악곡의 복잡성, 사운드의 완전성에서 두 작품이 이룩한 성취는 분명 신해철에게 창작자로서의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는 여러 지점에서 두 작품으로부터 받은 자극(표절이나 흉내내기가 아니다)이 느껴진다. 「Komerican Blues : Ver.3.1」, 「The Age Of No God」, 「Requiem For The Embryo」, 「Money」 같은 앨범에서 반짝거리는 곡 대다수에서 들을 수 있는 공이 잔뜩 들어간 섬세한 편곡과 오버더빙이 단적인 예다. 함께 언급하고 싶은 작품이 몇 있다. 크래쉬의 데뷔작 『Endless Supply of Power』(1993), H2O의 『오늘 나는』(1993), 블랙홀의 『Made In Korea』(1994)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 헤비메탈(록) 밴드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운드의 테두리를 일정 부분 뛰어넘은 성취였다. 이러한 한국 밴드들의 성취 역시 신해철과 넥스트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을 지금 나열한 한국 밴드가 만들어냈던 사운드와 비교해 들어보라. 양쪽 모두에서 장단점이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본작에 이르러 사운드라는 측면만 보자면, 넥스트는 압도적인 특유의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말 그대로 넥스트 사운드다. 밴드가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유니크한 자기 소리를 일관되게 밀어붙일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이 앨범이 두고두고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과 같은 준수한 발라드도 자리하고 있다. 1990년대 최고의 히트 작곡/편곡가 중 하나인 김영석의 실력이 발휘된 곡이다. 숨기고 싶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가사라는 바탕 위에 훅을 가진 코러스, 아카펠라와 점진하는 구성까지 당대 주류 발라드의 히트 요소를 모두 얹은 곡이다. 이런 발라드를 앨범 한 가운데 집어넣는 대담함도 이 앨범과 넥스트가 대중들의 주목을 잃지 않게 만드는 힘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프로듀서 신해철은 드럼 사운드를 만들면서 베이스 드럼의 박진감을 그가 동경했던 해외의 아티스트의 그것처럼 녹음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블래스트 비트가 폭발할 법한 그라인드 코어 성향의 곡에도 베이스 드럼보다 스네어를 강조하는 독특한 드럼 사운드를 추구한다. 이수용 역시 이러한 프로듀서의 성향에 맞춰 새로운 패턴의 플레이를 만들어내느라 땀 깨나 빼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앨범 후반부에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나른한 오후의 短想」는 Randy Rhoads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데, 반드시 이 앨범에 있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트랙이다. 이어지는 밴드 멤버 전원이 돌아가며 리드 보컬을 맡은 「아가에게」는 일종의 팬들에 대한 선물과 같다. 그런데, 굳이 「Love Story」까지 보너스 트랙으로 집어넣어야 했을까? 몇몇 기타 솔로의 기시감도 지적해야 하겠는데, 이는 메인 멜로디의 개성으로 일정 부분 보완된다. 여튼 이건 과잉이다.

 

신해철의 음악세계는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분명 명민한 귀를 가졌지만, 내적으로 넘치는 음악적 욕망을 통제하기엔 너무 뜨거운 아티스트였다.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는 과잉과 자신감, 음악적 욕심, 실천해 낼 수 있는 실력이 한 데 어우러져 부글거리는 최고의 성취였다. (개인적으로는 신해철의 전체 디스코그래피를 통해서도 이 수준에 이른 작품은 많지 않다고 본다) 1/3만 내려놓았더라면 흠결이 없었을텐데... 하는 것은 어짜피 청자 조일동의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만일 과잉의 일부를 스스로 덜어냈다면 이 음반은 신해철과 넥스트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Credit

[Music Staff]
Produced & Directed By 신해철
N.EX.T are
신해철 : Keyboards, Lead Vocals
김세황 : Guiars, Vocals
김영석 : Bass, Vocals
이수용 : Drums, Vocals

Guest Musicians
사물놀이 - 서울풍물단 (최익환, 김광수, 임원식, 임영준) on The Age Of No God, Komerican Blues
창, 구음 - 남궁정애 on Komerican Blues, Requiem For The Embryo

Additional Back Vocals : 임강구, 김유성 (Digital Asia)
Mixed by Mick "Magic hands" Glossop at 대영 A/V Studio, Seoul, Korea.
additional engineer 김한구
Recorded at 대영 A/V Studio by 이상용, 오원철, 김동인, 정문원, 김용식
assistant engineers 김한구, 조규범, 양수열, 김원경, 정동철
Recorded at Bay Studio by 김국현
assistant engineers 황기연, 김동훈
Recorded at Universal Studio by 이유억
assistant engineers 김은석
Mastered by Ian Cooper & Mick "Magic hands" Glossop at Matropolis Mastering Studios, London, U.K.
Executive Producer for Revolution No.9. 김경남
Management for The Producers. Annie Holloway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세계의 문 (Part 1. 유년의 끝, Part 2.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
    신해철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김세황
  • 2
    Komerican Blues:Ver.3.1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Mama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4
    나는 쓰레기야 Part 1
    신해철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김세황
  • 5
    The Age Of No God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6
    나는 쓰레기야 Part 2 (inst.)
    -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김세황
  • 7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신해철
    김영석
    김영석
  • 8
    Requiem For The Embryo (inst.)
    -
    신해철
    신해철
  • 9
    Money
    신해철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김세황
  • 10
    나른한 오후의 短想 (inst.)
    -
    김세황
    김세황
  • 11
    아가에게
    신해철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 12
    Hope
    신해철
    신해철, 김세황
    신해철, 김세황
  • 13
    Questions
    신해철
    김세황
    김세황
  • 14
    Love Story
    -
    -
    김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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