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진정 빛나는 스타

박재범 (Jay Park) 『Evolution』
1,39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9
Volume 2
레이블 AOMG
공식사이트 [Click]

아이돌 출신이 블랙뮤직의 아이콘으로 변모한 게 그리도 신기한가. 모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도끼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그를 보고 교도소를 들먹인다며, 혼자서 랩을 쓰고 그걸 하더라며 감탄했다고 전한 바 있다. 예능에서 크루를 홍보하며 비보이 댄싱을 구사하는 그는 태생부터 힙합이었다. 꼬리표로 아티스트를 재단하는 헛발질에 시간을 낭비하는 무리 때문에 구속됐을 뿐이었다. 되짚어보면 국내 힙합 음악이 인기를 얻는 경우는 겉은 안 그래 보여도 속은 영락없는 올드스쿨에 골든에라를 겸하는 구성이었다. 808 드럼보다 신디사이저를 애용하는 것도, 훵키한 감각도 소수의 전유물로 남는 게 고작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이들의 심정은 여기서 기인했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트렌디한 감각의 비트를 뽑아내는 아티스트가 속속 등장했다. 수많은 DJ와 프로듀서와 비트메이커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GD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판은 고르게 돌아갈 듯 말 듯 모호한 줄타기로 고전 중이다. 물꼬가 트이는 건 순간이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포문을 여는 「EVOLUTION (feat. GRAY)」부터 힙합스럽다. 아니, 팝스럽다. 용어가 께름칙하지만 이게 맞지 싶다. 앨범의 플랫폼은 사랑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이 노래만큼은 여지없이 힙합이고 동시에 팝이다. 성공을 과시하고, 거침없이 스웩을 내미는 거다. 영롱한 건반 루프에 거칠게 통에서 쏟아낸 듯 박자를 쪼개는 드럼비트와 박재범의 한국말이 나오면 그때쯤 ‘아! 뭔가 굴러가고 있구나!’ 확신했다. 매우 잘 뽑은 트랙이다. 표제작이 타이틀을 넘는 경우가 곧잘 있잖나. 이게 그 흔한 듯 흔치 않은 경우다. 박재범의 랩핑도 이전보다 훨씬 유려하다. 라임을 맞추느라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이 거의 없다. 얼마나 노력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진보의 『Afterwork』를 들을 때 느꼈던 보컬 비중의 아쉬움은 찾기 힘들다. 팬들의 반응에 충실히 답하는 「So Good (feat. Common Ground)」를 들어보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흉내를 내는 재기가 상쾌하다. 딸꾹질이 좀 인위적이지 않나(어차피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오마주이고 패러디니까) 싶은 걸 빼면 웬만한 팬은 미소 짓고 듣고도 남을 광경이다. 커먼 그라운드의 가세로 노래의 폼이 살아났다. 무엇보다 춤이 받쳐준다. 퀸시 존스였나? 누가 그랬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21세기의 음악은 사운드에 지배당할 거라더라. 몇십 년 전부터 비디오가 오디오를 죽인다는 말에 민감하게 군 이들도 많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박재범은 본인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는 재능이 있다. 스타성도 넘친다.


이어지는 「올라타」까지는 재주꾼의 기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경쾌한 뉴잭스윙 리듬의 「다시 만나줘」, 보컬의 역량을 기능적으로 발휘하는 「약속해」, 장난기 넘치는 비트와 코러스로 화음을 쌓는 동시에 서브 보컬의 위치를 확보하는 편곡의 깊이까지 실감할 수 있는 「비밀」,「Welcome」까지, 여기까지는 궤가 맞는다. 「메트로놈 (feat. SIMON Dominic, GRAY)」은 좀 의아하다. 2막을 시작한다는 예고장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게 사실이지만, 사이먼 도미닉의 격정적인 랩핑과 이제까지 대등하던 그레이에게 한 수 물리고 만다. 여유이고 운치라기엔 도인 코스프레 하는 것 같다. 전부 좋았는데, 아깝고 찝찝하다.


이후 벌어지는 트랙들은 힙합 성향이 강하다. 일단 「WHO THE FUCK IS U (feat. B-FREE, TAKEONE」가 치고 나온다. 출신이 있음에도 대놓고 말하는 패기는 물론이고 함께 참여한 랩퍼들에 버금가는 랩을 쏟아낸다. 당연지사 비프리의 하드코어한 독설과 테이크원의 스킬에 미치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꼽사리 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곡은 『EVOLUTION』의 모스트로 부족함이 없다. 이후에도 박재범은 스웩과 독설을 넘나들며 풀렝스 앨범을 빈틈없이 채웠다. 영리한 프로듀싱과 젊은 감각, 적정선을 지키는 콜라보레이션이 조화를 이룬 게 과연 우연은 아닐 테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정말로 궁금해서 편두통이 올 지경이다. 긴밀한 협조, 전망 좋은 재능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광경은 언제봐도 황홀하다. 딱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누군가 물었더랬다. 이런 감각은 교포만이 낼 수 있다고, 힙합이든 알앤비든 이쪽에서 본을 떠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글쎄올시다. 한참 전에 진보와 디즈가 있었다. 더 이전엔 나얼이 있었다. 컨템포러리 알앤비스러운 보컬이 아니라는 핑계에는 이제는 크러쉬가 있다고 답하면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인용한 구절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본다. 어느 쪽이든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됐다. 사운드에 보컬까지 갖춘 마당에 그까짓 편견들, 있어봤자 어디 쓰겠나.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EVOLUTION (feat. GRAY)
    박재범, GRAY
    Cha Cha Malone, GRAY
    Cha Cha Malone
  • 2
    JOAH (Re-Mastered)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 3
    So Good (feat. Common Ground)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Common Ground
  • 4
    다시 만나줘 (Re-Mastered)
    라도, 박재범
    라도
    라도
  • 5
    약속해
    박재범
    GRAY, 박재범
    GRAY
  • 6
    비밀 (Re-Mastered)
    박재범, 전군
    박재범, 전군
    박재범, 전군
  • 7
    Welcome (Re-Mastered)
    박재범
    Cha Cha Malone
    Cha Cha Malone
  • 8
    올라타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 9
    메트로놈 (feat. SIMON Dominic, GRAY)
    박재범, GRAY, Simon D.
    박재범
    GRAY
  • 10
    GGG
    박재범
    Cha Cha Malone
    Cha Cha Malone
  • 11
    WHO THE F*CK IS U (feat. B-FREE, TAKEONE)
    박재범, B-free, Takeone
    Da Beatfreakz
    Da Beatfreakz, GRAY
  • 12
    사실이야 (1hunnit) (Remix) (feat. LOCO, Swings)
    박재범, LOCO, Swings
    Lodef
    Lodef
  • 13
    미친놈 (SUCCESS CRAZED) (feat. GRAY, LOCO, SIMON Dominic, Trinidad James)
    박재범, GRAY, LOCO, Trimidad James, Simon D.
    GRAY
    GRAY
  • 14
    I Like 2 Party (Re-Mastered)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 15
    Hot (Re-Mastered)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 16
    Hot Remix (with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 17
    나나 (feat. LOCO, AOMG)
    박재범
    Cha Cha Malone, 박재범
    Cha Cha Malone

Editor

  • About 박상준 ( 21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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