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Ra.D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디 (Ra.D) 『Soundz』
81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7
Volume 3
레이블 리얼콜라보

라디(Ra.D)의 음악은 표정을 부르는 음악이 아니다. 개인적인 감상이 들어간 표현이긴 하지만, 그의 가장 높은 음악적 성취라고 불리는 정규 2집 『Realcollabo』에서 느끼는 감정이 대부분 ‘먹먹함’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디 노래의 완성도는 Stop 버튼을 누르고 나서의 여운까지 포함된, 플러스 알파의 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는 조숙증에 가까웠던 그의 음악은 찬사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사운드의 미니멀리즘, 가사의 진정성, 그리고 커피 한잔보다 더욱 편안한 그의 보컬은 퍼즐 짜맞추기와 같은 블랙뮤직 그루브와 어울려 음악의 세련됨이란 정의를 할 때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뮤지션이 될 수 있었다. 라디라는 이름이 주류 뮤지션 만큼 많이 불리진 않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등 가수 지망자들의 입에서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6년에 한번 정규 앨범이 나오는 뜸한 음반 제작 간격에도 불구하고 보컬 중심의 장르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를 Wannabe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단 한 가지 결여된 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표정을 부르는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코 단점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세련됨은 꽤나 보편적이며 마다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이제 30대에 들어선 라디의 ‘젊음’은 궁금한 부분이었다. 장난도 치고, ‘Girl‘을 외치는 조금은 방탕한(?) 그의 모습은 정장 차림의 이전 앨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분이었으며,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채로 20대 라디를 넘겼다.


그래서 『Soundz』라는 다소 도발적이고 명백한 목표설정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집중해서 확인한 부분은 바로 이 점이었다. ‘엄친아’ 라디는 이제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 점에서 첫 곡 「봐줘」의 ‘날티’는 정말 반가웠다. 물론 Swag이나 나쁜남자 수준의 날티는 아닐지언정, 중의적으로 팬들에게 ‘늦어서 미안해. 사랑해. 그러니깐 좀 봐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로 여유와 능글맞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전의 라디라면 ‘늦어서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해야 너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정도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전자가 정답에 가깝다.(고 여자친구가 그럽디다.)


사실 개인적으로 라디의 음악에서 아쉬웠던 점은 펑키 사운드, 리듬의 소극적인 사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법의 전환과 더불어 펑키, 아프리칸 사운드 등 적극적인 사운드 배치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흔드는 순간까지 부드럽게 연결하고 있다. 「Shawty (feat. 인발)」의 장난같은 지명 읊기, "beautiful wonderful awesome incredible unbelievable" 등의 말장난 등이 이어지고 이 B급스러움이 오히려 듣는 사람들에겐 편안한 순간이다.


반가운 모습을 한 첫 『Soundz』와의 조우에서부터 3번 트랙까지 그 흥은 증폭된다. 여기서 한 가지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앨범 단위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라고 하더라도 트랙을 쉽게 섹션화 할 수 있는데 간단히 1번부터 12번까지 3곡씩 끊어서 들어보면 된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다른 주제가 존재하며 특히 세 번째 섹션은 예전 라디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다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아직도 (0416)」의 무게감이 그 모습을 더욱 진중하게 만들고 있다.


어쿠스틱 팝 타이틀 「그렇게」와 자기회고적인 「1998 (feat. UMC, Keeproots, 현상)」이 끝나면 장난기 가득한 「Outro」로 나가게 되는데, 그 끝 표정은 미소가 지어진다. 표정을 짓기 힘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가볍고, 경쾌하고 ‘그래도 라디의 음악!’으로 맺어지는 것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까지 하다. 아마 이런 가벼움이 증명한 그의 젊음으로 좀 더 ‘라디의 음악을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안도감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12년동안 있던 친구같은 존재로서 그가 있었다는 안도감이기도 하다. 철없었던 때에 「엄마」로 철이 들게 해줬던, 그리고 철이 들었다 생각할 때 철 없던 시절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친구. 그렇게 라디가 음악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봐줘
    라디
    라디
    라디
  • 2
    For Me
    라디
    라디
    라디
  • 3
    Shawty (feat. 인발)
    라디
    라디
    라디
  • 4
    Fly Away
    라디
    라디
    라디
  • 5
    Drive Away
    라디
    라디
    라디
  • 6
    Hawaii (feat. 이나래 of RealCollabo)
    라디
    라디
    라디
  • 7
    Good Girl
    라디
    라디
    라디
  • 8
    자장가
    라디
    라디, 유웅렬
    라디, 유웅렬
  • 9
    아직도 (0416)
    라디
    라디
    라디
  • 10
    그렇게
    라디
    라디
    라디
  • 11
    1998 (feat. UMC/UW, KeepRoots, 현상)
    라디, UMC/UW, Keeproots, 현상
    라디
    라디
  • 12
    Outro (With Kelley)
    라디
    라디
    라디

Editor

  • About 김용민 ( 19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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