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16] ′어떤 세대′의 표상, 그리고 현실

넥스트 (N.EX.T) 『The Return Of N.Ex.T Part 3 : 개한민국』
2,07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4.06
Volume 5
레이블 빅뱅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한 ‘논객'은 인터넷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좋은 시절'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어떤 세대를 표상하는, 그들의 입 노릇을 해주었던 인물. 그 '90년대'의 생명력이 다했다는 것.(후략)” 나는 이것이 정황상 부적절한 발언이었을지언정, 그리 빗나간 지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The Return Of N.Ex.T Part 3 : 개한민국』을 이야기하는 데에도 이 말은 제법 유용하다.


『개한민국』은 정치적인 앨범이다. 흔히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앨범의 자극적인 제목이나, 직설적인 가사, 그리고 후속작으로 ‘쥐들의 왕국’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계획 중이었다는 신해철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개한민국』의 정치성은 여기에서 한 발 더욱 나아간다. 가령 이 앨범은 넥스트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저비용 홈 레코딩으로 녹음한 작품이다. 신해철은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홈 레코딩에 대해 “음악 생산의 주체가 민중으로 넘어”가게된 사건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신해철이 내린 또 다른 선택은 이 앨범을 독재자/크롬(웰) 신해철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밴드 ‘넥스트’가 만드는 “공동체 음악”(이 역시 당시 신해철의 말에서 인용한 것이다)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해철의 실험은 - 단도직입적으로 - 실패한다. 음악적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가 제시한 ‘공동체 음악’의 비전이 불과 한 앨범도 채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개한민국』을 만든 의도가 정치적이었듯, 이 실패 역시 정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신해철은 독재/민중의 이분법적 구도가 드라마틱한 붕괴와 더불어, 정치적 자유와 문화 컨텐츠 수입이 대폭 확보되는 가운데 싹튼 ‘어떤 세대’의 한 전형이었다. 국가의 통제 대신 대중에서, 엘리트들의 권위를 동경하는 대신 대중 문화의 반항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정치적 문화적 권력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대중에게 이양되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은 시대의 사생아에 불과하다. 시대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벗어날 수 없는 사고의 거죽을 씌우고, 그대로 내쫓아버리는 것이다. 『개한민국』 속 신해철의 실험은 몇년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큰 반향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보편화된 홈 레코딩 속에서, 유명 록스타가 신인에 가까운 음악인들과 내놓은 ‘공동체 음악’은 애초에 제대로 된 공동체로 설 수 없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곧 표류하고 만다. 중고등학생들과 라디오로 열심히 소통하던 신해철이었지만, 『개한민국』에서 그의 접근법에는 분명 이룰 것 다 이룬 기성세대의 모습이 역력했다.


이후 신해철이 내놓은 음반은 넥스트의 음반이라기엔 너무도 개인적인 작업물들의 조합이었던 『Regame?』과, 심지어 그보다도 더욱 지독하게 사적이고 퇴행적이었던(지인은 이 앨범을 노태우가 발표한 ‘베사메무초’에 비교하기도 했는데, 나름 일리있는 지적이라 생각한다.) 『The Songs For The One』 따위였다. “공동체 음악”을 이야기하던 신해철은 어느 새 다시 독재자로, 그러나 90년대의 그 재기는 잃어버린 채로 돌아온 것이다.


『개한민국』은 신해철의 마지막 실험이었고, 가장 야심찬 실험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그는 자신의 몰락을 인정하지 않은 채 지나간 영광과 덧없는 인기를 뜯어먹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글의 서두에 언급한 논객의 말대로, 신해철이 ‘어떤 세대’를 표상했다면, 오늘날 그 세대가 겪고 있는 모욕적인 현실은 이미 『개한민국』에서부터 예고되었던 셈이다. 앞으로 우리가 한동안은 돌아가지 못할 그 지점이, 이 앨범엔 담겨있다. 그래서 눈물난다.


Credit

Produced by 신해철 with N.EX.T

Written, Composed, Arranged by N.EX.T

Mixed by 신해철 in Nextoris Studio, Seoul
Assisted by 김동혁
Recorded by 김동혁 with N.EX.T
Mastered by Howei Weinberg in Masterdisk Studio, NY
Assisted by Roger Lian

N.EX.T are
신해철 : Vox, Programming, Scratch, FX, Chorus
데빈리 : Electric & Acoustic Guitars, Chorus
원상욱 : 4 String & 5 String Bass, Chorus
김동혁 : Keyboards, Rhythm Guitar, Programming, Chorus
이용준 : Drums, Percussion, Chorus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序曲:現世地獄
    -
    -
    -
  • 2
    아! 개한민국:Clean Ver.
    -
    -
    -
  • 3
    감염
    -
    -
    -
  • 4
    Saving Private Jesus
    -
    -
    -
  • 5
    80\'s Series 01:Anarky In The Net
    -
    -
    -
  • 6
    Dear America:Clean Ver.
    -
    -
    -
  • 7
    Generation Crush:Tired Mix
    -
    -
    -
  • 8
    서울역:Frat Mix
    -
    -
    -
  • 9
    사탄의 新婦:Full Bet Mix
    -
    -
    -
  • 10
    Growing Up
    -
    -
    -
  • 11
    80\'s Series 02:Laura
    -
    -
    -
  • 12
    I Am SSang
    -
    -
    -
  • 13
    아들아, 정치만은 하지마
    -
    -
    -
  • 14
    Devin\'s Boogie:Live
    -
    -
    -
  • 15
    사탄의 新婦:Royal Albert Mix
    -
    -
    -
  • 16
    힘을 내!
    -
    -
    -
  • 17
    남태평양
    -
    -
    -

Editor

  • About 권민기 ( 3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