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4] 당대의 모든 실험이 있는, 거침없는 리즈 시절의 증명

신해철 『Myself』
2,05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1.03
Volume 2
레이블 한국음반



신해철의 음악을 되짚어 보고 있자면, 앨범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직전의 히트 방정식에 안주한 작품을 다시 발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의미다. 애초부터 본인의 음악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자 했기 때문에 이러한 커리어 진행이 가능했을게다. 어쨌든,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1990)를 통해 발라드(「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댄스(「안녕」), 소프트록(「연극 속에서」) 등 손을 대는 모든 장르에서 의도한 대로의 대중적 성공을 얻어내었다. ‘아이돌’이라는 평판을 놓지 않으면서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보다 견고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 대중의 (통상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법론과 방향성으로 모든 부분을 자신이 통제하는 데 성공한 문제작 『Myself』를 발표한다.


『Myself』는 신해철이 천착한 '전자음악'과 '성찰적이거나 위악적인 가사'의 프로토타입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The Greatest Beginning」에서의 나레이션을 들어보라. 음성 변조된 짧은 대화만으로 권위에 대한 지향을 숨기지 않고, ‘Real Pop Music’이 무엇인지를 되풀이 하여 청자에게 묻는다. 뒤이어 들리는 「재즈카페」를 지배하는 베이스 라인과 (나레이션에 가까운) 극저음의 랩과 보컬. 여기에 실린 (음악의 쓰임새를 의심하는) 시니컬한 가사는 당시 대중의 귀를 지배하던 ‘발라드’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꽂아 넣는다.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와 같은 발라드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는, 다분히 의도적인 배치다.


이처럼, 때로는 음악을 압박할 정도로 촘촘히 구성된 가사는 이후 신해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따라서, 디스토피아를 암시하거나 (「50년 후의 내 모습」, 「다시 비가 내리네」), 자기 관조적인 (「길 위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 가사를 음미하는 것도 이 앨범을 감상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이다.  


자켓의 뒷부분을 가득채운 컴퓨터와 건반은 작품에서 ‘미디’, 그리고 ‘전자음악’이 전면에 나서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의지는 「나에게 쓰는 편지」와 「50년 후의 내 모습」에서 보다 명백해진다. 보컬이 음악의 전면부에 배치되는 것은 90년대 초반의 레코딩 관행에 따른 것이라 치부하더라도,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피아노와 드럼 루프는 뉴웨이브, 나아가 현재 앰비언트 뮤직으로 일컬어지는 밴드들의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에게 쓰는 편지」가 대중적인 팝에 가깝다면, 「50년 후의 내 모습」은 보다 강단있는 테크노를 설파한다. 전반부를 다층적으로 감싸쥐는 루프, 그리고 날카롭게 쏴대는 신디사이저, 파열하는 목소리, 뒤덮는 코러스. 어느 한 요소가 받쳐준다는 인상보다,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소리가 청자를 윽박지르는 신기한 경험이다. 상기하자. 지금이 1991년이라는 것을.


본작에서 신해철이 잊지 않은 팬서비스라면 고운 발라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미디로 깔끔하게 재편곡한 「그대에게」, 그리고 자켓을 가득 채운 ‘미소년’ 신해철의 화사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비가 내리네」나 「아주 오랜 후에야」처럼 훵키한 리듬 라인이 도드라지는 싱글들을 놓치지는 말자. 언뜻 대중적인 인상을 주진 않지만, 향후 신해철의 작품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팝, 뉴웨이브 등 당대의 대중음악 대부분에 감흥을 얻은 헤비 리스너임을 숨기지 않으며, 특히 리듬과 리프를 앞세운 음악에 대한 재능을 증명하는 싱글이다.


이처럼, 신해철에게 『Myself』는 좋은 팝 앨범을 추구함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되었다. 당대에 가능했던 실험을 모두 쏟아부었음에도 메가 히트를 기록한, 한 아티스트의 거침없는 리즈 시절을 증명하는 작품이 되었고, 이 앨범에서 선보인 작법들은 넥스트와 모노크롬 시절을 거치면서 무르익게 된다. 때문에, (이제는 본인의 유작이 되어버린) 최근작의 타이틀이 당연하게도 『Reboot Myself』(2014)가 된 것이 아닐까.


Credit

All Lyrics & Songs are written, composed, arranged & performed by 신해철
Exclusive Producer : 유재학
Co-Producer : 성지훈

[Musician]
신해철 : All Synthesizers, Acc. & Elec. Piano, Elec Guitar, Drums, Percussion & Bass Play & Programming
이정식 : Sax Solo

[Additional Musicians]
정석원 : Piano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민재현 : Bass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그대에게)
반상균 : Elec. Guitar (그대에게)
민병직 : Drums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박청귀 : Elec. Guitar (아주 오랜 후에야)
김의석 : Acc. Guitar (길 위에서)

"The Chorus" : 신해철, 성지훈, 정석원, 윤종신, 김태우, 한아로, 김혁경, 송주현

[Engineer]
Recorded & Mixed by 최세영
Additional Recording : 노양수, 도정회

Recorded at Seoul Recording Studio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The Greatest Beginning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2
    재즈 카페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나에게 쓰는 편지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4
    다시 비가 내리네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5
    그대에게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6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7
    아주 오랜 후에야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8
    50년 후의 내 모습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9
    길 위에서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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