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눅진한 밴드, 묵직한 앨범

언체인드 (Unchained) 『가시』
1,67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8
Volume 1
레이블 Ginger Records

* 이 글은 잡지 파라노이드에 사용된 글의 내용 일부와 오류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오래 활동을 했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음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론 공들인 준비기간에 비해 놀랍도록 허접한 결과물로 마무리 되는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14년의 활동 끝에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내놨다면 박수를 치기 전에 일말의 두려움부터 생긴다. 그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언체인드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던 것일까? 밴드는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 소리를 첫 곡 Lucid Dream의 인트로에 집어넣었다. 이 노래는 첫 정규 앨범을 여는 첫 노래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언체인드의 미래를 조망하는 트랙이며, 밴드 스스로의 다짐과도 같은 곡이다. 언체인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이하 AIC)를 연상시키는 연주세계를 펼치며 2005년 인상적인 EP Push Me를 남겼다. 그러나 밴드는 로컬 무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동료, 선후배들이 모두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와중에도 끝끝내 부산 무대를 지켰던 밴드, 언체인드. 그러나 앨범작업이 미뤄지면서 부산 밖에선 소식은커녕 이름조차 낯선 밴드가 되어갔다.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밴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단단한 음악적 성취를 들려주는 길 뿐이다. 마침내 언체인드는 정규 앨범 가시14년 활동이 무엇인지 묵직하게 증명해냈다.

 

앨범 가시를 듣자마다 단박에 AIC를 추종하던 밴드가 뿌리를 버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하는 길의 7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음악으로 나서는 길을 노이즈가든(정확히는 기타리스트 윤병주)의 연주를 디딘 채 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나는 언체인드가 노이즈가든을 디딤대로 삼았다는 점을 것은 중하게 받아들인다. 이는 한국의 멜로딕 메탈 밴드의 음악에 블랙홀의 흔적이 들린다거나, 신인 재즈 보컬리스트에게서 말로의 자국이 느껴질 때의 희열과 비슷하다. 한국의 장르 음악이 더디게나마 자가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당장 첫 곡 Lucid Dream의 기타 솔로만 들어도 확인된다. 노이즈가든 시절 윤병주가 자주 사용하던 톤과 분위기를 전혀 다른 구조의 곡 안으로 가져와 새로운 뉘앙스의 솔로로 만들어냈다. 발매까지 걸린 오랜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 소리로 시작한 이 노래는 이전의 EP나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던 호저(이 노래의 베이스 라인과 기타 솔로 역시 비슷한 감상을 준다)보다 훨씬 직선적인 악곡과 예의 기타 솔로를 거친 후, “이젠 꿈에서 깨어나오라고 외치는 가운데 심장박동 측정기 소리로 마무리 된다. 밴드 자신과 팬 모두에게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언체인드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선언하는 셈이다.

 

가시수록곡 대부분은 오랜 시간 가다듬어진 결과다. 초기에 잡아놓은 골격이 남아있기에 AIC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툭툭 튀어나온다. 굴곡진 기타 리프나 메인 보컬리스트 김광일의 목소리에 나선형의 목소리를 더하는 기타리스트 김지근의 코러스 등이 특히 그러하다. 어둡고 날카로운 가사의 ., 고자질, 파리등은 곡의 구조에서 AIC가 크게 드러나는 곡들이다. 허나 이 곡들조차 단순히 AIC의 판박이라고 때울 수 없는 모습이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다. 마이크 아이네즈(Mike Inez, 혹은 전임자 Mike Starr)의 핑거 피킹과 달리 정세용는 피크를 이용한 어택음이 강한 베이스 라인을 만든다. 덕분에 날카롭게 휘어진 기타 리프 사이로 우직하고 단호한 베이스 프레이즈가 비집고 나온다. 드러머 함진우의 플로우 탐과 매력적인 스타카토가 귀를 자극하는 라이드 심벌 연주, (아주 가끔이지만) 웬만한 하드코어 펑크 밴드 이상으로 몰아치는 필인까지 더해지면 언체인드의 음악이 리듬부터 AIC와 다른 결의 언체인드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확연히 전달된다. 여기에 Stop의 플라멩코 기타를 활용한 능청스럽게 감각적인 연주(순간 스티브 스티븐스(Steve Stevens)Flamenco A Go Go(2000)를 떠올렸다면 내 귀가 과잉반응 하는 것일까)Siren, the Name의 리프나 곡 구조처럼 디스터브드(Disturbed), 세븐더스트(Seven Dust) 류의 2000년대식 헤비메탈 리프까지 천의무봉으로 가지고 노는 모습까지 듣고 나면 언체인드만의 음악 얘기는 미래가 더 재밌어질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멜로우 트랙인 밤을 부르다Calling역시 차후에 밴드의 음악적 폭이 더욱 고전적인 혹은 직선적인 방향으로 확장될 것임을 예고하는듯하다. 플라멩코 뿐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의 효과적 사용이 밴드의 음악적 표현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음반 발매기념 공연에서 밴드는 2집을 위해 준비 중인 곡을 들려주기도 했는데, Siren보다도 호쾌한 직선의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1집의 고르게 꽉 찬 완성도를 즐기는 가운데 순간순간 드러나는 새로운 시도들과 빠른 시간 안에 2집을 녹음할 것이라는 멤버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기대치는 더더욱 커진다. 기대감 속에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랫말인 Calling의 유일한 가사, “이제 그대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해주오는 연인에 대한 마음일 수도, 밴드가 팬들에게 하는 얘기일 수도, 우리 사회에 대한 일갈일 수도 있다. 두툼한 완성도로 2014년의 앨범 후보를 만났다.       

Credit

김광일 - Vocal & Guitar
김지근 - Guitar
함진우 - Drums
정세용 - Bass


프로듀스 - 언체인드
믹스 & 마스터링 - 김광일
녹음 - Ginger 스튜디오, 톤 스튜디오, 블루호텔 스튜디오
커버 디자인 - 은주
사진 - 조립, 어수하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Lucid Dream
    -
    -
    -
  • 2
    Siren
    -
    -
    -
  • 3
    암.
    -
    -
    -
  • 4
    Stop
    -
    -
    -
  • 5
    호저
    -
    -
    -
  • 6
    고자질
    -
    -
    -
  • 7
    고백
    -
    -
    -
  • 8
    파리
    -
    -
    -
  • 9
    the Name
    -
    -
    -
  • 10
    밤을 부르다
    -
    -
    -
  • 11
    Callin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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