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차안과 피안의 궤적

쩜오구 (.59) 『사랑이 머무는 자리』
1,64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 5
Volume 2
레이블 헬리콥터레코드

「맛」을 들어보면 노래 실력은 정말 꽝이다. “그 맛은 어떤가~~~요~~” 부분에서 누구든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낮고 밋밋한 김재권 & 문지혜 부부의 목소리가 괜찮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방해한다는 식의 얘기로 이 앨범의 평가를 마무리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 평가는 객관적이고 정당하지만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어차피 코코어와 싸지타를 끌어들여야만 온전한 해설이 가능하다. 코코어의 『Relax』(2009)로부터 시작한다면 쩜오구를 두고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코코어의 『Relax』는 피안에 관한 강렬한 유혹이었다. 그것은 로큰롤과 싸이키델리아의 절묘한 융합이었고, 그때 필자는 리뷰에서 “피안의 나른한 현재완료와 피안으로의 날카로운 현재진행형이 동시에 합체된” 것이라 적었다(http://cafe.naver.com/musicy/9650). 그 유래 없던 일관성은 코코어가 도달한 최후의 경지였다. 그런데, 그때의 찬탄은 황명수와 이우성 두 사람의 몫이었다. 김재권이 만든 2곡의 일렉트로닉 「Hawaii」와 「Listen-Repeat」는 오히려 각성제였다. 김재권은 본의 아니게 직전까지의 강렬함이 유혹이었음을 일깨워주는 상대적 역할을 맡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쩜오구의 차안은 그때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로큰롤에 비해 뭔가 평탄하게 들리는 일렉트로닉으로 김재권은 그때부터 차안으로의 복귀를 실행했다. 아무리 bpm을 올려 무아지경으로 간다 해도 일렉트로닉의 근본적 성질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싸지타의 두 앨범이 『Relax』의 앞뒤를 싸고 있었다는 것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 『Relax』의 첫 곡 「유체이탈」이 「오키나와 러브 송」의 후속곡으로 들렸다는 점, 그로부터 3년 뒤 발표한 『Good For You Good For Me』(2012)의 앞쪽 노래들이 또 한 차례 「오키나와 러브 송」의 손색없는 후속곡으로 들렸다는 점은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싸지타의 『Hello Stranger』(2008) 이후 코코어는 피안의 세계를 가장 사무치게 묘사하고 충돌질하는 집단으로 자기 위치를 재정립했다. 『Good For You Good For Me』가 나왔던 바로 그때, 김재권은 쩜오구 1집으로 워밍업을 했다. 다시 3년이 흘렀고 「Hawaii」와 「Listen-Repeat」의 숙성된 버전이랄 수 있는 『사랑이 머무는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앨범은 쉬고 놀고 춤추자는 얘기로 충만하다. 빠른 테크노 비트에 부지런한 베이스와 원색적인 신디사이저를 동원하는 「바보들과의 퀴즈쇼」, 기타의 빠른 스트로크에 역시 신디사이저를 두툼하게 바르고 릴렉스한 랩까지 가미한 「항상 웃는 사람들」은 쩜오구가 지향하는 놀자판을 대표한다. 특히 「항상 웃는 사람들」이 속해 있는 「텅 빔으로의 질주」부터 「스윙의 계절」까지 쭉쭉 달려주는 구간은 세상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 보듬어주고 위로하자는 반복적인 권유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도피 행각이 피안에 온전히 정착한 상황으로 보이진 않는다. 「둥글게 춤을 추는 사람들」의 “쓰디쓴 술을 찾는 사람들 때로는 슬피 우는 사람들”이나 「스윙의 계절」의 “깊고 깊은 생각 속에 빠져서” 같은 노랫말은 결코 떨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증거들이다. 앨범 곳곳에 깃든 이런 꿀꿀함, 파티 피플을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 문 밖의 현실, 몇 백 킬로미터 밖의 피안이 아닌 차안 속 어딘가에 마련된 피안의 작은 공간, 그곳의 모임을 주도하는 쩜오구는 그래서 어딘가 처연해 보인다. 그러니 그 상상의 작은 공간을 카오디오로 접하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은 어떤 기분이겠는가? 쭉쭉 달려주는 앨범 중반부는 꼭 필자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 “당신은 지금 차 안에서 이걸 듣고 있지요? 당신은 그냥 여전한 일상 속이지요?”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여러모로 차안을 환기시킨다. 앞선 예처럼 노랫말로도 환기시키고, 세월호 사고를 명시한 「어느샌가 – 2014.4.16」과 제주도를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맛」처럼 뭔가 쩜오구의 공간과 잘 맞물리지 않는 어색함으로도 환기시키고, 「여기 있어요」처럼 단정하게 직조된 비트 속에 80년대 풍 신디사이저의 색감을 이것저것 들려주며 과거의 향수로 환기시키기도 한다. 필자는 마지막 환기에 주목한다. 쩜오구를 매력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필자에겐 이것이다. Pet Shop Boys와 OMD 어딘가에서 들었던 80년대의 향수어린 소리, Orb와 Orbital 어딘가에서 들었던 90년대의 향수어린 소리가 차안 속 작은 공간에서 릴렉스하게 놀자는 제안과 결합했을 때 뭔가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놀던 와중에 「여기 있어요」의 원색적인 신디사이저가 “쓸쓸한 뒷모습만 남은 그대는 지금 어디”라는 말과 만나면, 「사랑이 머무는 자리」의 날것 그대로의 신디사이저가 “많이 웃던 그날들을 기억하나요 그대여”란 말과 만나면 묘한 감정이 차오른다. 이런 효과는 김재권이 일렉트로니카를 선택했기에, 선택했으되 장르의 프로페셔널한 사운드 메이킹을 앞세우기보다 따로 모여 춤이나 추자는 태도와 밋밋한 낮은 목소리를 앞세우기에 가능한 일이다.


쩜오구는 『Relax』의 로큰롤과 싸지타의 우쿨렐레와는 다른 소리를 택함으로써 다른 피안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차안 속의 피안이어서 강렬하거나 환상적이진 않지만 독특한 긴장과 처연함을 갖췄다. 코코어 멤버들이 피안의 히피즘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루기 시작한 후부터 그들에 대한 관심은 『Super Stars』(2003) 시절보다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회자되는 일이 줄어들었다. 어쩌면 그건 한국적 음악 상황에서 자업자득에 가까운 결과겠지만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그래도 여전히 그들의 행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Credit

Mastered at Mushroom Recording by Chun Hak-Ju
Designed by Park Chul-Hee
Executive Producer Park Daham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소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2
    바보들과의 퀴즈쇼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3
    어느샌가 - 2014. 4. 16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4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5
    여기 있어요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6
    텅 빔으로의 질주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7
    항상 웃는 사람들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8
    초대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9
    둥글게 춤을 추는 사람들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10
    스윙의 계절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11
    Alone In The City
    -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12
    사랑이 머무는 자리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13
    커피숍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 14
    여기 있어요(acoustic ver.)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김재권, 문지혜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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