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1-3] 피타입 - 귀기울여 들을만한 힙합

피타입 (P-Type) 『Street Poetry』
2,24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3
Volume 4
레이블 브랜뉴뮤직
공식사이트 [Click]

『Street Poetry』를 여는 곡. 「폭력적인 잡종문화」는 『The Vintage』(2008) 발표 당시 피타입 자신이 언급하면서 씬을 끓어오르게 했던 단어이다. (이로 인해 당시 데뷔전이었던 산이의 디스를 받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당시 발언의 뉘앙스를 따지자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방법론의 확장'에 좀 더 방점이 찍힐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발언이 피타입의 음악을 정의하는 연관검색어로 엮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피타입 자신은 이 부분을 썩 유쾌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아 보인다. 힙합에 대한 단선적인 정의를 ‘목화밭’과 ‘피부색’으로 은유하고 자신은 여전히 그럴 생각이 없음을 천명한다. (목화밭은 앨범의 여기저기서 불쑥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상황을 모티브로 삼아 '전문가'들이 이 개념을 공고화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씬이 세대를 나누거나 (“1세대 딱지”), 씬에서 성공을 원하는 방식 (“랩게임과 야자타임 헷갈린 놈들”) 모두 ‘폭력적인’ 이분법으로 나뉘어진다고 설파하고, 이런 단선적인 정의는 한국의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음을 (“경찰에게 총 맞는 친구는 없어도 /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은 많아”) 라며 은유한다.

 

이처럼 많은 역사를 내포한 첫 곡을 들은 후 다시 이 앨범의 싱글 공개 순서를 떠올리면, 스트리밍 시대의 그냥 전형적인 선공개 마케팅을 (피타입의 의도 하에) 대중들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Street Poetry』를 관통하는 프로덕션에 대한 피타입만의 참고문헌 (「Timberland 6"」), 힙합씬의 협량한 시야에 대한 일갈과  (「반환점」), 랩에 담겨야 하는 철학의 부재에 대한 지적 (「Do The Right Rap」), 사랑과 스웩이 아니면서도 랩으로 표현 가능한 이야기 (「광화문」). 10년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힙합씬에 대한 결기를 얼마만큼 유지하고 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어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다고도 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끔 받쳐주는 붐뱁 기반의 프로덕션도 매우 타이트하다. 한 때는 이런 힙합말고는 듣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붐뱁은 이름을 얻고 스탠다드를 내줘버렸지 않나. (「최악의 남자」) 비트 선정은 해당 싱글의 주제와 연결되면서도 청각적 집중도를 고조시킬수 있게끔 드럼운용과 랩톤이 조화를 이루는데 집중하고 있다. 「돈키호테2」에서의 「돈키호테」스캣 샘플링이나, 「반환점」에서의 날카로운 드럼 루핑을 듣다보면, 어느덧 가사와 비트를 번갈아 집중하며, 이 소리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Heavy Bass』와 비교해서 듣는다면 더욱 비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이런 다양한 재미를 뛰어넘는 이 앨범의 최고 미덕은 30대 후반을 지나치고 있는 피타입 자신이 바라본 이야기가 가감없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의 피타입이 「돈키호테」를 통해 힙합을 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문화를 정의했다면, 「돈키호테2」에서는 성취에 비해 여전히 저열한 현실에 대한 자조를 뒤로 하고(“꿈은 이뤘고 / 길은 잃었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신을 강조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면 / 왜 또 새로운 문제를 내줘”) 이는 사실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시기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직면하는 다람쥐 쳇바퀴지 않나. 어차피 이 나이에 하는 일들은 인생을 걸어야만 할텐데, 그게 아티스트든, 보통 사람이든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시라 하겠다. 이런 (연배를 느낄 수 있는) 정서는 「광화문」에서도 짙게 드러나는데, 광화문에 스며든 개인의 추억을 씨줄로, 여기에 자리한 (미대사관, 경찰, 세월호 농성과 같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위계적인 구조를 날줄로 삼아, 이를 방관한 채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은유와 함께 뱉어낸다.

 

나는 이처럼 사랑이나 스웩, 존재증명이 아닌 아티스트 자신의 시각을 가감없이 토로하는 힙합을 좀 더 듣고 싶다. 당연히 20대와 30대의 경험 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간 제리케이나 수다쟁이 등을 제외하면 그런 음악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Street Poetry』를 기점으로 하여 ‘귀기울여 들을만한’ 힙합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피타입 자신이 키우지 않더라도, 주변에 그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아티스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Credit

Executive Producer : 라이머 a.k.a Mr.Big Daddy
Producer : 피타입
Recorded by 9999 at Brand New Music Studio
Mixed by 마스터키@MasterPiece SoundLab. 김재홍@불켜진극장

「폭력적인 잡종문화」 contains a sample from
「Ain't No Time Pt.2」 Performed by Kay Gee's, Written by Ronald Bell, R.Jackson, Published by Unidisc Music Inc.

「이방인」 contains a sample from
「Southern Man」 Performed by Neil Young, Written by Neil Young, Published by Reprise Records

「반환점」 contains a sample from
「어느날 피었네」 Performed by 산울림, Written by 김창완, Published by (주)대성음반
「골목길」 Performed by 산울림, Written by 김창훈, Published by (주)대성음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Performed by 산울림, Written by 김창완, Published by (주)서울음반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폭력적인 잡종문화
    피타입
    Ronald Bell, R. Jackson, 디프라이
    Kay Gee`s, DJ Juice
  • 2
    Do The Right Rap (feat. 허클베리피)
    피타입, 허클베리피
    패시네이팅
    패시네이팅
  • 3
    Timberland 6` (feat. 넋(소울다이브))
    피타입, 넋
    킵루츠
    킵루츠
  • 4
    네안데르탈 (feat. 마이노스, 저스디스)
    피타입, 마이노스, 저스디스
    디프라이
    디프라이
  • 5
    광화문 (feat. 태완)
    피타입
    패시네이팅, 태완
    패시네이팅, 옐라다이아몬드
  • 6
    돈키호테2 (feat. 바버렛츠)
    피타입
    패시네이팅, 김은혜(바버렛츠)
    패시네이팅, DJ쥬스
  • 7
    이방인 (feat. 차붐)
    Neil Young, 피타입
    Neil Young, 디프라이
    Neil Young, 디프라이
  • 8
    반환점
    피타입
    김창완, 김창훈
    김창완, 김영진, 김제형, 패시네이팅
  • 9
    최악의 남자
    피타입
    패시네이팅
    패시네이팅, DJ쥬스, 피타입
  • 10
    Vice Versa (feat. 선우정아)
    피타입, 선우정아
    키비, 박민우, 선우정아
    키비, 박민우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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