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20] 마지막 같지 않은 마지막

신해철 『Reboot Myself Part.1』
1,69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6
Volume SP
레이블 대영AV



그가 오래 살 줄 알았다. 이리도 뻔한 문장으로 시작해야 한다. 새 앨범이라는 것이 발매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남은 단어는 헌신뿐이라며 순애보를 드러내던, 전혀 다른 사람 같았지만 변함없던 그의 유작으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실험적인 선구자로 기억한다. 모순은 아니다. 뉴웨이브,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테크노, 재즈 등 스스로 커리어를 갈아엎고 새로 쌓기를 반복했다. 그건 자신의 영역을 뒤엎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겁내지 않는 것. 대외적 활동을 떠나 단순히 그의 업만으로 따져도 그는 웬만한 백치들 언저리에 놓아서는 안 되는 진짜배기 예술가였다. 무거운 열정을 가진 수많은 이들 중 거리낌 없이 내색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위인이었다. 시련에 개의치 않는 모험가였다. 너무 사람 같아서 그의 전성기를 겪지 못했음에도 마음이 미어지게 하는 사람이었다. 어디로 보나 단단한 사람이 내놓은 유작에서 나는 새로움을 보았다. 공격적이며 정치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도 여전한 사람다움이 배어나는 구절이 와 닿았다. 혹여나 풍자로 가득한 이 앨범이 유작으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신해철의 커리어에서 특별한 앨범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앨범은 아니었다. 오로지 유작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고인을 대하는 가장 모욕하는 대우일지도 모른다.


『Reboot Myself Part 1』은 비단 공백 이후의 복귀라는 부담뿐 아니라 본인에게든 남들에게든 각오를 담보케 했다. 어쨌거나 기념비적인 작품을 모토로 삼았으니 당연했다. 「A.D.D.A」는 그런 복귀의 장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천 개가 넘는 아카펠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던 보도 자료에서의 장르적인 혼합, 생각해보면 너무 붕 뜬 걱정이었다. 유행하는 후크송, 바다 건너 래칫 뮤직으로 통용되는 반복적인 프로덕션과 보사노바를 비롯한 라틴뮤직 특유의 겹치는 리듬 사이 때리는 훅. 사운드적인 합치에 매인 시선을 떨친다면 신해철의 작업은 늘 그와 유사했고, 펑크인지 훵크인지 글을 쓰는 지금도 모호한 메시지와 리듬 라인의 조화는 6년의 시간 동안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과제였다.


「Catch Me If You Can (바퀴벌레)」와 「Princess Maker」는 어떤가. 신해철을 록스타로만 기억하기에는 그는 지나치게 경쾌한 사람이었다. 춤꾼은 아닐지언정 그루브를 이끌어내는 데에 선수였다. 중심에 자리한 넥스트로서의 작업과 솔로 작업의 차이점은 신해철이라는 특출한 아티스트가 부각되는 방식에 있다. 개인으로부터 뻗어가는 의식의 전환은 그의 커리어 전체를 아우르며 호흡한다. 그의 댄스를 향한 열망, 따위의 것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은 지나치게 명료하다.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지가 분명하다. 끝까지 이런 식이었다.


클리쉐를 혁파하는 방식도 그다웠다. 「A.D.D.A」로 하여금 화성을 감싸 안는 하모니와, 유로 디스코의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의 감성을 「단 하나의 약속」에 이식해 앨범으로 하여금 완전한 디스코를 이루어냈다. 때문에 나는 이것이 디스코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비평의 천칭에 시달렸던 백화점식 구성을 극복하는 단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장치에 또 다른 장치를 더하고 그러다 보면 꼭 하나씩 빠진 것들을 이어지는 다른 트랙에 교묘한 이음새로 집어넣는 것. 한 음반의 가수로서의 위치를 떠나 지혜로운 프로듀서였던 그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순간이다. 이것을 과장이라 볼 수도 있다. 허나 이 4곡의 단출한 음반이 의미하는 바는 그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홍보 과정에서 드러났던 디스코에 대한 애정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신해철의 디스코가 무엇이느냐에 대한 물음이 항상 있었다. 데뷔 시절부터 전성기의 넥스트까지 신해철의 귀퉁이에 디스코가 있었다. 그 어떤 앨범보다 명백하게 드러난 앨범이 바로 이것이다.


다부진 각오가 배어난다. 줄곧 그의 백화점식 구성을 흠이라 일컫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부 납득하더라도 『Reboot Myself Part 1』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예리한 감각이 조준한 곳은 이러한 모든 가시를 쳐내는 것이었다. 장르적으로 불완전한 틈을 직조하되 지금까지의 특기(일테면 록)을 흡수하고 기워내 형태를 구축했다. 빠진 것들은 늘 그래왔듯 특기나 다름없던 시도들과 혼합했다.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훑으며 마지막을 신해철이라는 아티스트의 행보가 모습이 아닌 앨범에 대한 얘기로 채우는 이유는 하나다. 유작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는 것. 부푼 마음으로 복귀한 그에게 맞지 않는 처사다. 끝내주는 프로듀싱을 내세우는 앨범이거든. 그러니 글을 마치려 한다.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사회성 넘치는 가사와 대척점에 서 있는 묵직한 고백의 기묘한 프로덕션,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애정이 듬뿍 배어나는 모습들. 이 정도면 족하다. 굳이 더 할 필요없다. 얼떨결에 마지막이 돼버린 『Reboot Myself Part 1』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됐다.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유작으로 남기에는 아쉬운 앨범이며 구속받지 않겠다는 태도, 6년이란 시간이 무색한 프로듀싱의 힘, 모든 게 그다웠다. 너무나도 신해철스러운 앨범이었다.


다시 커리어가 열렸다고 믿었다. 「단 하나의 약속」을 들으며 아직도 변치 않을 거라 다짐하는 마음에 탄복했다. 내레이션 작게 키득댔고, “베이베”에 조금 크게 웃었다. 그다운 웅장함에 한 번 더 웃었지만, 아프지 말라는 말에 그만 울어버렸다. 그가 독설가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프지 말라는 마음은 그토록 싫어하는 순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이는 낭만이랬다. 신해철은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찾는 데 시간을 쏟는 전형적인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뻔한 말을 아무렇잖게 내뱉곤 했다. 그 시절 함께 척박한 땅을 걷던 동료 앞에서 수줍게 앞으로의 포부를 털어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건 마지막이어선 안 되는 앨범이었다. 어떤 합리화도 불필요하다. 그리움 뿐이 없다.


Credit

Produced By 신해철

All Songs are written, composed, arranged, performed by 신해철
All Songs are recorded & mixed by 신해철
All instruments played & programmed by 신해철 excpt *

Co-Producer : 정기송 (N.Ex.T)
Assistant Producer : 조지연, 노종훈, 한로빈

Mastered By 성지훈 for JFS mastering
Photographer 로빈킴
Sponsored By Dame Guitar

Executive Producer : 양승선 for KCM Ent.
Also : 이철민 for Human Ent.
Public Relations: 고경민, 데빈, 미란

Design : 이영희 for VanD

This EP is dedicated to 김형열, 이철민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A.D.D.A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2
    Catch me if u can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Princess Maker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4
    단 하나의 약속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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