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라디오 헤드의 싸대기″를 때릴 날도 머지않았다

국카스텐 (Guckkasten) 『Frame』
1,63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1
Volume 2
레이블 인터파크INT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을.”

by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몰락하는 삶'이 일상이 된 우리에게 국카스텐의 음악은 말 그대로 사랑이었다. 「거울」이 들려준 강력한 자아분열, 「미로」에서 「Faust」로 다시 「Rafflesia」로 이어진 이른바 ‘한국적 싸이키델릭’은 신중현과 Nirvana의 합궁을 은근히 바란 대중에게 깊은 충격과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테크닉을 누르고 감성 부풀리기를 지향해온 대한민국 인디음악 신에서 주문 같은 시를 우렁차게 내뱉는 하현우의 성대와 Jimmy Page에 Tom Morello를 덧댄 전규호의 기타는 그래서 귀했다. 귀했기에 마이너였고 마이너가 메이저(《나는 가수다 2》)를 짓쳐 들어간 그 때 일은 질식되어가던 취향의 다양성을 되살린 뜻에서 바꿀 수 없을 쾌거였다.

 

「Vitriol」의 멜로디를 바랐는가? 아니면 「Mandrake」의 록킹 사운드를 기대했는지? 변한 듯 그대로인 일렉트로닉 디스코 트랙 「변신」은 음악과 시 모두에서 역설을 즐기는 딱 국카스텐 다운 첫 곡이다. 멜로디를 바랐든 록킹한 훅을 바랐든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시작인 것이다. 이어 록이라는 다른 나라 장르로 굿이라는 우리나라 장르 느낌을 주곤 했던 그들이 카주(Kazoo)를 타고 두 번째 곡 「소문」으로 스밀 때 예고한 ‘변신’은 다시 한 번 긍정되었다. 절규하는 전규호의 기타가 뱀 대가리 마냥 곤두서는 「뱀」, 곧바로 이어지는 「깃털」의 아름다운 사유는 이 밴드가 얼마나 성숙해졌고 또 진화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혹자가 이 앨범을 듣고 '베이스가 똑똑해졌다' 말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하현우는 언젠가 "2집은 드럼과 베이스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1집이 전규호와 하현우의 앙상블에 기댄 것이었다면 2집은 김기범(베이스)과 이정길(드럼)의 어울림에 빚을 지리란 얘기였다. 아닌 게 아니라 신보를 자세히 들어보면 베이스와 드럼이 좀 많이 ‘논다’는 것(「푸에고」)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깃털」과 「Frame」에서 두 파트는 그러나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것이 아닌, 같은 리듬 파트로서 떡처럼 엉겨있다. 그 점성은 보컬과 기타에 조금 눌렸던 지난 앨범에 비해 분명 더 대담하고 안정돼 보인다. 하이햇과 림숏, 그러니까 발놀림보단 손놀림으로 더 정교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이정길의 본능적 계산이 표정을 되찾은 김기범의 베이스 라인에 끊임없이 숨을 불어넣는 식이다. 그 사이에서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을 오가며 기타와 토론하는 전규호의 고민은 곰탕의 간을 결정짓는 소금 같은 역할을 맡는다. 물론 하현우의 문학성이 발휘된 「오이디푸스」 같은 곡에선 1집을 주도한 전규호가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뒤를 잇는 「Montage」에선 일렁이는 프레이즈를 곁들인 김기범과 더블 베이스 드러밍으로 가볍게 몸을 푼 이정길이 다시 주도권을 챙기고 있다. 현란한 「미늘」은 그 모든 요소들을 압도하는 하현우의 으름장 정도라면 맞을 것이다.

 

「소문」의 정서를 프랑스 추상미술과 한국의 뱃노래 사이에 옮긴 「작은 인질」과 첫 싱글 「감염」의 대조는 긴 앨범의 마지막 챕터와 같다. 역시 각 곡들에서 김기범과 이정길의 플레이는 주목할 만한 것으로, 묘기 부리듯 사는 우리의 기막힌 현실을 담은 「저글링」과 '현대인들의 상처는 훈장과 같다'는 메시지 「스크래치」에서도 둘의 매서운 연주는 그칠 줄 모른다. 템포와 비트를 마음대로 주무를 줄 아는 프로의 여유가 거기엔 있다.


지각 발매의 이유였던 소속사와 계약 분쟁이 되레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인지 양과 질에서 모두 꽉찬 두 번째 앨범은 故신해철이 그토록 기특해했던 ‘인디의 희망’다운 결과물이다. 그런 면에서 느리게 번지는 어쿠스틱 국악(?) 「Lost」는 또 하나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 천편일률을 강요하는 대중음악 현실에서 '꿈에도 가질 수가 없고 꿈에도 알려주지 않던' 음악을 우리는 국카스텐으로부터 또 한 장 얻은 셈이다. 붓으로 그린 프레임의 여백이 가진 뜻을 이제 알겠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발라드와 댄스로 양분되는 것은 희극적인 사태입니다 (...) 발라드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발라드가 ‘지배’하는 사태가 따분하다는 것입니다 (...) 음악의 경우는 말입니다, 도입부 몇 소절만 들어도 결판이 날 때가 있습니다. 사운드 메이킹이 관습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그 순간 스킵인 것입니다.”

by 문혜진 《시의 사운드를 어떻게 어레인지할 것인가》

Credit

All Composed by 하현우 Ha hyunwoo
All Lyrics by 하현우 Ha hyunwoo
All Arranged by 국카스텐 Guckkasten

Vocal : 하현우 Ha hyunwoo
Guitar : 전규호 Jun gyuho
Drum : 이정길 Lee junggil
Bass : 김기범 Kim kibum

변신/Chorus : 재희 Jake
FRAME/미늘/Guitar : 이청희 Lee chunghee
뱀/카눌라/오이디푸스/푸에고/Percussion: ZION LUZ, RECTO LUZ
LOST/Kayagum : 이예랑 Lee yerang
작은 인질/Janggoo & Buk: 박천음 Park chenum

Recording & Mix & Master @ Tone Studio

Recorded by 김대성 Kim daesung , 이상권 Lee sangkwon, 정태준 Chung taejun, 양하정 Yang hajung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Kim daesung

Produced by 국카스텐 Guckkasten
Management Director : 구정모 Koo jungmo
Management Team : 최현석 Choi hyunseok
Art Work : 서고운 Seo goun
Photographer : 손동주 Son dongjoo
Music Video : LUMPENS
Design : 안둘 An dul

INTERPARK INT
Executive Producer : 김양선 Kim yangsun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변신
    하현우
    하현우
    -
  • 2
    소문
    하현우
    하현우
    -
  • 3
    하현우
    하현우
    -
  • 4
    깃털
    하현우
    하현우
    -
  • 5
    Frame
    하현우
    하현우
    -
  • 6
    카눌라
    하현우
    하현우
    -
  • 7
    오이디푸스
    하현우
    하현우
    -
  • 8
    Montage
    하현우
    하현우
    -
  • 9
    푸에고
    하현우
    하현우
    -
  • 10
    미늘
    하현우
    하현우
    -
  • 11
    작은인질
    하현우
    하현우
    -
  • 12
    감염
    하현우
    하현우
    -
  • 13
    저글링
    하현우
    하현우
    -
  • 14
    스크래치
    하현우
    하현우
    -
  • 15
    Lost
    하현우
    하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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