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아이돌 그 이후’를 위한 바람직한 첫 발걸음

박규리×프롬디에어포트 『어린왕자』
1,70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6
Volume SP
레이블 DSP
공식사이트 [Click]

그간 가요계에서 아이돌 여성 보컬과 인디 팝/록 밴드의 협연은 간간히 계속 이어져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카라의 리더 박규리와 이제 막 정규 앨범 한 장을 공개했던 일렉트로닉 팝/록의 유망주 프롬디에어포트의 만남이라. 사실 아무도 쉽게 예상했던 조합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만남이 가능했을까. 시작은 꽤 우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카라의 일본 콘서트에서 박규리와 한승연은 어쿠스틱 기타 2대로 협연을 하며 일본 여성 싱어송라이터 유이(Yui)의 히트곡 「Goodbye Days」(2006)를 부르기로 결정되었고, 규리는 기타를 지도해 줄 선생님으로 프롬디에어포트의 마일로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던 것. 거기서 양측의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더 진전되어 이뤄진 프로젝트가 바로 2곡으로 완성된 이번 디지털 싱글이었다.


한국에서 아이돌 팝의 장르적 특성이 다분히 신디사이저 편곡 중심의 일렉트로닉/댄스 팝에 맞춰져 있고, 프롬디에어포트의 장르적 성격 역시 록 기타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경쾌한 결합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런 결합의 장르적 결과물은 어느 정도 예상하기 쉬웠기에,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프롬디에어포트의 사운드에 박규리의 보컬이 얼마만큼 잘 어울리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놀라운 새로움’은 없을 지 몰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과물’로 완성되었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카라의 음악 속에서는 자신의 보이스가 분명히 중심의 한 축이었음에도 그녀만의 음색의 개성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던 한계를 이번 곡들에서는 확실히 주인공답게 매끈한 고음역의 미성으로 채워주고 있다.


일단 타이틀 곡 「어린왕자」는 기존 밴드의 몽환성과 기타의 공격성을 약간 줄이는 대신 오히려 (일면 스윗튠의 댄스 팝과의 공유점이란 생각도 스치는) 기타 스트로크의 자잘한 펑키함을 강조하고 심플한 리듬 그루브로 1980년대식 신스 팝의 향기와 현재의 EDM적 트렌드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 한다. 규리의 보컬로 인해 기존 프롬디에어포트의 곡들보다 더욱 밝게 업된 느낌을 준다. 한편, 사이드곡인 「Return」 역시 펑키한 기타 라인과 댄서블한 비트를 기반으로 흥겨운 코러스 파트와 마일로의 기타 솔로까지 나름 짜임새 있는 곡 전개가 (어떤 면에서는 타이틀곡보다 더 나은) 감각적 일렉트로닉 팝 트랙으로 귀결되었다. (이 곡에선 마일로도 보컬의 일부를 담당한다.)


프롬디에어포트에게는 이 음악들이 대중적 콜라보레이션에서의 자신들의 접근성을 시험한 것이라면, 두 곡 모두의 가사(일면 아이돌로서의 개인적 고독과 그 속에서 자신의 지지자들(팬들)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고 해석된다)를 쓴 박규리에게는 아마도 언젠가는 ‘카라 그 이후’를 음악으로 생각해야 할 그녀에게 뻔한 뮤지컬 극장으로의 이동이나 신파적 OST발라드를 넘어설 하나의 카드를 확보하게 해 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30이 지나도 가요 시장에 남고 싶다면 아이돌은 언젠가는 보컬리스트이건, 싱어송라이터이건 자신의 개성을 갖춘 ‘뮤지션’으로 진화해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 첫 발은 정말 잘 디뎠다고 생각한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어린왕자
    박규리
    MILO
    ZEE
  • 2
    Return
    박규리
    MILO
    ZEE

Editor

  • About 김성환 ( 20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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