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3-2] 멀어져가는 세월에 대해 노래하다

폰부스 (Phonebooth) 『장난 [作亂]』
1,33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5
Volume EP
레이블 트리퍼사운드
공식사이트 [Click]

스트레이트란 무엇인가? 록이라는 장르는 더 정확히 말해 록이라는 사운드는 기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이 물음 앞에서 수많은 밴드들이 지고 폈고, 수많은 청자들을 저 먼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스트레이트는 어디에나 있으며, 어떤 해석도 허락한다. 발언의 스트레이트든, 음악에서의 스트레이트든, 신념의 스트레이트든, 연주자의 스트레이트든, 청자의 스트레이트든, 팻(Fat)한 사운드든, 플랫(Flat)한 사운드든, 아니, 더 극단적으로 말해 스트레이트를 헛소리라고 부르든, 록은 저 물음에서 아예 벗어나는 순간, 록이 아니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질문에 온 세계를 걸기에, 록은 때로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고 우직할 수 있다. 록은 그렇게 초월한다. 우리는 저 물음에 대한 새로운 대답이 그대로 새로운 록을 낳는 역사를 안다. 다른 것은 결국 부차적이다. 저 질문을 놓칠 때, 우리는 록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친다. 예술의 가장 첫 질문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라면, 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저 질문이다.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출발지도 중요하지 않다. 스트레이트 자체가 중요하다.

 

코드 하나의 트레몰로로 일관하는 리듬기타 위로 솔로 기타 라인이 삽입되고 뒤이어 코러스가 점점 템포와 음량을 높인다. 코러스가 사라지는 순간, 에코 걸린 보컬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다분히 U2의 중기음반들을 연상하게 만드는 사운드다. 그러나 이들의 음은 U2의 정돈된 사운드와도 다르다. 리드보컬과 코러스가 들쑥날쑥 교차하면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정점으로 치달은 곡은 다시 역순으로 진행되어 하나의 트레몰로로 끝난다.

 

「파도에 꽃들」이라는 곡에 대한 간단한 스케치다. 이 곡은 그동안 폰부스가 해온 어떤 곡들과 다른 양상이다. 좀 더 이지적으로 내러티브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그것이다. 앨범의 제목은 작난(作亂)이지만, 나는 일반적인 의미로 작난(장난의 어원인)을 쓴 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어지럽게 짓는다. 짓는 게 어렵다. 어쩌면 둘 다 포함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이 드는 것은 앨범을 이루고 있는 사운드에 있다. 때로는 보컬이 사운드에 먹힐 때가 있다. 중반부의 세 노래가 특히 그렇다. 폰부스가 멜로딕한 라인을 지녔음에도 록 그룹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그저 자신만의 스트레이트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분열에서 우리는 작난의 본의를 발견할 수 있다.

 

‘짓는 것이 어렵다’는 말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그들이 택한 은유적 어법에 있다. 그들의 내러티브는 지난 세월 우리가 침묵해야 했던 것들을 호명한다. 이것을 굳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어느 정도 미학적인 은유의 선에서 마무리짓는다.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것이 바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 충실하다. 그 애매모호함이 사운드와 더불어서 만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음악의 풍광을 발견한다.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것들, 우리가 침묵했던 감정들을 그 풍광으로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곡인 「피지 말아요」는 이 앨범에서 가장 명확한 내러티브를 들려준다. 자신의 장소에서 피지 말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비둘기 안녕」(1986)에서 하덕규가 보여주었던 체념을 읽을 수 있다. 체념 속에 깃들던 타자에 대한 아름다움은 이제 호명으로 넘어갔다. 폰부스는 호명의 형식을 통해 체념을, 멀어져가는 세월에 대해 노래한다. 세월. 우리는 그 날 이후 이 이름이 지닌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다. 희생양을 고르기 급급한 사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 심지어 이 리뷰를 쓰는 나조차도 이 재판에 회부될 혐의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결국 죽은 사람들만 용감한 것일까. 선고 없는 나날들만 계속된다.

 

p.s. 이 EP는 구입한 당사자가 직접 케이스를 만들어서 보관할 수 있게끔 해놓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REnFIpKxA에 자세한 조립방법이 나와있다.)나는 이 케이스를 아직 만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 케이스를 만드는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Credit

Produced by 김은석, 폰부스
Recorded & Mixed by 김은석@Tripper Sound Studio
Mastered by 전훈@Sonic Korea

Chorus
Track1. 서상욱, 임슬기찬, 함민휘, 김태현 (제8극장), 강성민 (Boys In The Kitchen),
Track2. Kiryn (Free Scoop)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파도에 꽃들
    박한
    홍광선
    폰부스
  • 2
    공중곡예사
    박한
    김태우
    폰부스
  • 3
    평범한 시절
    박한
    이상민
    폰부스
  • 4
    숨바꼭질
    박한
    홍광선
    폰부스
  • 5
    피지 말아요
    박한
    홍광선
    폰부스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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