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노래를 흘리는 순간

프롬 (Fromm) 『Moonbow』
1,58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4
Volume 2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적어도 이 리뷰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에게 프롬(Fromm)은 가장 핫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일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여성 뮤지션들의 양질의 음악이 어떤 경향이자 현상으로 파악되었고, 프롬은 그 덩어리진 인식의 최신 현재진행형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참신했지만 골수는 아니었던 그녀의 음악은 파퓰러 뮤직의 자장 안에 있었고 일정 정도의 성과와 평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따라왔다. 두 번째 앨범 역시 나올 때쯤 나와 주었다.


정중앙의 피아노 연주곡 「그해 봄」을 기점으로 슬픔과 기쁨으로 큼지막하게 나뉜 『Moonbow』에서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단연 전반부의 슬픔 쪽이다. 그 중에서도 「낮달」과 「너는 모르는 노래」는 가장 뛰어나다. 먼저 「낮달」의 첫 소절과 「너는 모르는 노래」의 후렴 선율은 대단한 흡입력을 지녔다. 더불어 그 멜로디를 감싸는 편곡도 매우 적절하여, 3박자로 가볍게 튕기는 통기타 후에 「낮달」의 첫 소절이 시작되고 「너는 모르는 노래」의 후렴에 헐렁하게 토닥거리는 드럼이 들어간 것은 듣는 사람을 뿌듯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프롬의 본질적 매력은 따로 있다. 바로 목소리와 발성과 발음이다. 이것은 다른 숱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목소리를 떠올릴 때 나열할 수 있는 귀여움, 생기발랄함, 처연함, 묵직함, 서늘함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낮달」의 “뭔가 낯선 아득한 하늘에” 부분을 부를 때의 그 불분명한 발음, 어영부영 타고 넘는 굴곡 때문에 프롬은 비로소 프롬이 된다. 심지어 「너는 모르는 노래」의 후렴 “넌 날 버겁게 해 너무너무 버겁게 해”의 뒷부분이 “겁 없게 해”로 들리기까지 하는데, 이런 얼버무림이 없다면 이 결정적 후렴의 매력은 많이 깎였을 것이다.


프롬 특유의 이런 불분명함은 발성뿐만 아니라 가사 짓기의 태도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찌잉」의 “다 사라져가요 모두 스르르륵”이나 「히든트랙」의 “그 순간을 랄랄라라라”에서 “스르르륵”과 “랄랄라라라”는 마디를 대충 채워 넣은 것이 아니라 노래가 제시하는 찰나의 감흥을 가장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이끄는 대목으로 작용한다. 그녀의 발음까지 고려한다면 “스르르륵”의 경우는 「찌잉」의 가장 중요한 한마디로 남는다. 후반부의 기쁨과 희망과 들뜸의 영역에서도 프롬의 매력은 역시 노래를 그녀답게 흘릴 때 묻어나온다. 경쾌한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 「봄맞이 가출」에서도 가장 좋은 곳은 첫 소절 “눈빛을 보내”의 “보내” 한 마디다. 전작 「좋아해」의 핵심이 “좋아” 한 마디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절의 마지막 말을 V자로 살짝 내렸다 올리는 그녀의 습관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곳에서 즐거움을 준다.


 『Moonbow』의 후반부는 매력이 반 아쉬움이 반이다. 「봄맞이 가출」의 사랑스러움을 부정할 수 없고 「히든트랙」에 등장하는 카세트 테잎이 흐뭇하지만 이런 소재들이 “보내” 한 마디를 당해내지 못한다. 일상에서 희망과 위로를 찾는 것은 아무런 죄가 되지 않으나 그건 숱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예나 지금이나 계속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프롬이 묘사하는 일상은 뭔가 다르다고 변명할 여지는 많지 않다. “미니후레쉬 두 개와 로켓탄 스파클러 콜라와 담요와 과자들”같은 노랫말은 그랜드민트페스티발 무대 옆에 현수막으로 걸어놓으면 딱이고, 이런 연상 작용은 그녀의 파퓰러한 음악 울타리가 언더그라운드 팝송의 산업적 확대 이외의 다른 공적 사유를 제공해주지 못할 거라는, 섣부른 단정을 짓게 만든다. 만약 「그해 봄」이 앞과 뒤를 갈라놓지 않았다면 이런 쓸 데 없는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해 봄」이 「그녀가 처음 울던 날」과 달라붙어 전반부의 좋은 흐름을 끊어놓은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아무리 프롬답게 편곡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해도 이정선의 노래는 『Moonbow』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의 프롬식 발음이 김조한의 “묻어야 하겠지”처럼 들리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프롬의 팝송은 비평가와 소비자 모두가 암암리에 상정/상상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전형성을 미묘하게 넘나든다. 편곡의 간결함과 복잡함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다양한 리듬과 사운드를 도입할 수 있는 뮤지션이고,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지녔다. 이 두 가지만으로 그녀는 상투와 의외를 오갈 수 있다. 전작에 밴드 부럽지 않은 모던록 「달, 말하다」를 싣고 본작에 아이돌과 함께 부른 「후유증」을 타이틀로 실은 그녀는, 두 노래 사이의 거리감을 아무렇지 않게 아우르고 그 사이사이를 여러 가지 스타일의 곡으로 채워 넣고서 여전히 프롬이라는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 나는 이런 아무렇지 않은 듯한 겉보기/태도가 마음에 든다. 다음 결과가 어찌됐든 나는 프롬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Credit

Executive Producer: PLEDIS
Produced by Fromm
Co Produced by Andi Roselund
Recorded at Fromm's home
Recorded by Fromm
Mixed by 고현정, 서정훈, 이호진
Mastered by 전훈
Management 박세중
Music Video GAB
A&R 김호준
Marketing 김다운, 노지원
Album Design, Photos by Rie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달밤댄싱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 2
    찌잉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 3
    낮달
    프롬
    프롬
    이치원, 이호진
  • 4
    너는 모르는 노래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 5
    후유증 (feat. 민현 of 뉴이스트)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 6
    그해 봄 : Moonbow ver. (inst.)
    -
    프롬
    여빛나, Andi Roselund
  • 7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정선
    이정선
    프롬
  • 8
    봄맞이 가출
    프롬
    프롬
    이치원, 이호진, 프롬
  • 9
    히든트랙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 10
    이만한 게 다행
    프롬
    프롬
    여빛나, 프롬, Andi Roselund
  • 11
    좋아해 : original ver.
    프롬
    프롬
    프롬, Andi Roselund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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