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6-3] 순서대로 들어야할 좋은 팝

원더걸스 (Wonder Girls) 『Reboot』
2,48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8
Volume 3
레이블 JYP
공식사이트 [Click]

익숙한 뮤직마크를 앞세운 「I Feel You」는 곧 '박진영'이라는 이름을 원더걸스에 등치시킨다. 부클릿을 꽉 채운 (좀 어색한) 섹시함은 '역시 박진영은 어쩔 수 없어'라는 선입관을 증폭한다. 보도자료를 가득 수놓은 '프리스타일'이라는 장르명에 다다르면 '꼭 앨범을 들어야 할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중견(?) 걸그룹의 마케팅이란 이렇게 클리셰로 가득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카라의 사례를 보았고, 어떻게 해도 잘 안되는 레인보우를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앨범의 '옥의 티'는 딱 여기까지다.

 

원더걸스 멤버 전원이 참여한 것은 (그렇다고 하기에는 예은의 존재감이 꽤나 크지만) 일상적인 '뮤지션이 된 아이돌 이미지 심기'의 일환이라고 해두자. 각각의 싱글마다 '원더걸스'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를 보다 탄탄하게 쌓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지원군들 - 홍지상, 프란츠, 이토요, 심은지 - 의 활약상을 확인하는 것은 '앨범'이라는 단위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감상 포인트이다.

 

먼저, 예은이 참여하고 홍지상이 다듬은 머릿곡 「Baby Don't Play」. 도입부터 귀를 잡아끌기 위한 장치가 가득하다. 고풍스런 신디사이저와 전자 드럼의 톤으로 구성한 비트, 여기에 간주에 삽입된 남성의 굵직한 나레이션을 듣는다면 곧바로 80년대말을 휘어잡았던 뉴잭스윙을 소환한다. 이처럼 홍지상의 프로덕션은 「I Feel You」의 키보드 리프에서 '어느 특정 시기의 고전'에 대한 지향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JYP가 참여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유일하게 외부에 마스터링을 보낸 싱글이기도 하다. (그래서 앨범 내에서 가장 튀는 뉘앙스를 주는 듯도 하다.) 「이 순간」에서는 아예 90년대 중반의 보이-걸그룹 앨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팬을 향한 사랑'의 정서를 그냥 소환한다. 이쯤되면 '전통적인 복고 정서'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라 짐작가능하다.

 

반면, 심은지는 앨범의 미디엄 템포를 도맡아 디자인한다. 「Loved」의 시작과 동시에 도도하게 달려오는 묵직한 베이스 소리. 그 위를 건조하게 산책하는 유빈의 랩이 앞선다. 그런데, 싱글의 클라이막스로 템포를 급속히 죽인 채 훅 전체를 탄탄하게 메우는 화음부가 버티고 서있다. 「사랑이 떠나려 할 때」와 「없어 : Gone」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90년대 음악에서 주로 들을 수 있었던 키보드의 톤들을 배경에 두고 하모니를 전면에 앞세운다. (듀스의 음악들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니, 음악 꽤나 들었다는 사람들의 귀가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곡가 데뷔를 『Reboot』로 치른 프란츠에 대해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뉴질스윙(New Jill Swing)을 재현해 낸 「Candle (feat.팔로알토)」이나, 『Wonder World』에 수록되었던 「Act Cool (feat.산이)」에서 선보였던 혜림의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한 「Oppa : 오빠」도 빠지진 않는다. 더불어, 프란츠와 함께 라이크라이크스(Like,Likes)라는 일렉트로니카팀으로 활동중인 이토요의 곡들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간명한 베이스와 드럼 비트의 구성. 그리고, 3년만의 컴백에 대한 가볍지 않은 소회를 풀어내는 「Back」은 90년대 초반의 (힙합말고) 랩송을 소환하며, 「Rewind」로 심은지가 주로 커버한 미디엄 템포 라인업을 강화한다. 앨범의 빈틈을 메워주는 중간계투로 손색이 없다.

 

여기서, 내게 『Reboot』의 숨겨진 한 방을 꼽으라면 단연코 예은과 프란츠가 함께 작업한 「One Black Night」를 거명할 것이다. 배경에 깔린 음산한 비트에, 침잠하듯 나직히 읊조리는 버스를 지나면, 창백하게 디자인된 예은의 보컬이 몰아친다. 노래가 그칠 때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래를 앞세워 구축된 뉘앙스는 유빈의 랩(나레이션?)으로 보다 견고해진다. 《박쥐》에서 송강호와 김옥빈이 뜨는 해와 함께 재로 변해가던 장면을 떠오르면 딱일 것이다. 연주와 노래, 그리고 가사가 절묘한 궁합을 이뤄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따지고 보니, 예은의 솔로곡들 대부분이 이런 분위기였었다. 예은이 이끌어 갈 원더걸스를 주목할 이유이기도 하다. 『Wonder World』(2011)를 시작으로 『Me?』(2014)까지 차분히 쌓아둔 예은의 경력을 떠올린다면,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하던 아이돌' 중 가장 눈에 띄는 프로듀싱 능력을 갖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과하지 않다. (심지어 커버가능한 장르도 넓다!) 더구나, 디바형 보컬(선예)나 비주얼 담당(소희)가 탈퇴한 지금이라면, 과거에 비해 (반드시 고음을 발사해줘야만 노래인 것 같은) 클리쉐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프로듀싱의 힘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많지 않을까. 팀 전체가 『Reboot』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경험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서도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좋은 싱글이 넘쳐나고 있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Reboot』의 미덕이라면 아마도 ‘소리(톤)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 싶다. 개별 작곡가들의 개성이 살아 있음에도 프로그래밍된 소리의 톤들이 아주 일정하다. 특히 빠른 곡들에서 구사하는 (프로그래밍으로 들리는) 드럼 비트의 스타일, 그리고 미디엄 템포에서 들리는 키보드의 소리는 마치 한 사람이 작업한 듯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녹음을 진행한 JYPE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들이 앨범에 쏟은 정성이 앨범의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이리라.

 

어느덧 아이돌팝 시장에서 8년을 보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회사의 갈지자 행보에 더해 팀의 음악외적인 문제가 합쳐지면서 기간에 대비해서는 극히 적은 활동을 보였다. 「Tell me」의 대히트가 아니었다면, 애시당초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레트로 3부작 (「Tell me」(2008)- 「So Hot」(2008)-「Nobody」(2008)) 의 후광은 곧 '박진영이 만든' 걸그룹이라는 낙인으로 돌아왔다. 음악은 예전보다 점점 좋아짐에도, 아직도 회사는 트레이드 마크인양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고수한다. 젊음으로 시장을 깨부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쯤되면 '악전고투'라 하겠다.

 

이런 좋은 음악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을 두고, 자켓 전면을 가득채운 '악기'와 '수영복'에 시선을 뺏기지 말았으면 한다. ‘섹시한 비주얼’이니, ‘밴드 컨셉’ 어쩌니 하는 것은 음악을 가리는 허상이 아니던가. 『Reboot』는 아이돌이 발표한 앨범이기도 하지만, 연차가 쌓인 팀만이 할 수 있는 ‘좋은 팝’ 앨범이기도 하다. 이런 앨범일수록 꼭 정주행으로 들어보길 권한다.

 

Credit

Computer Programming by 홍지상(Track1,3,6,12), Frants(Track2,7,9), 이토요(Track 4,8), 심은지(Track 5,10,11)
Guitar by 홍지상(Track1,12) , Frants(Track2,7,9), 이토요(Track 8), 주효(Track 6), 홍준호(Track 5,10)
Bass by 이토요(Track 4), 최훈(Track 10)
Keyboard by 홍지상(Track1,6,12), Frants(Track2,7,9), 예은(Track 7), 이토요(Track 4,8), 심은지(Track 11)
Piano by 심은지(Track10)

Rap Making by 팔로알토(Track2), 유빈(Track3,4,8), 혜림(Track8)
Background Vocal 원더걸스(Track1,2,3,6,7,9,11,12), 예은(Track4,5,8,10), 선미(Track4,8,10), 유빈(Track5), 심은지(Track5)

Recorded by 김용운 "Goodear", 조한솔 "Fabiotheasian", 최혜진 at JYPE Studios
Recording Assisted by 한철규 at JYPE Studios
except 「Loved」, 「사랑이 떠나려 할 때」
Recorded by 김용운 "Goodear", 조한솔 "Fabiotheasian", 최혜진 at JYPE Studios, 곽정신 at Vibe Studios
Recording Assisted by 한철규 at JYPE Studios, 정모연, 최용현 at Vibe Studios

Mixed by 이태섭 at JYPE Studios
Mixing Assisted by 조한솔 "Fabiotheasian" at JYPE Studios

Mastered by 전훈 "Bigboom" at Sonic Korea
Mastering Assisted by 신수민 at Sonic Korea
except 「I Feel You」
mastered by Chris Gehringer at Sterling Sound. NYC
mastering assisted by Will Quinnell at Sterling Sound. NYC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Baby Don't Play
    예은, 홍지상
    예은, 홍지상
    예은, 홍지상
  • 2
    Candle (feat. 팔로알토)
    혜림, Frants, 팔로알토
    혜림, Frants
    혜림, Frants
  • 3
    I Feel You
    박진영
    박진영, E.One
    박진영, 홍지상
  • 4
    Rewind
    선미, 주효, 이토요
    선미, 주효, 이토요
    선미, 주효
  • 5
    Loved
    유빈, 심은지
    유빈, 심은지
    심은지
  • 6
    John Doe
    유빈, 홍지상, 주효
    유빈, 홍지상, 주효
    유빈, 홍지상, 주효
  • 7
    One Black Night
    예은, Frants
    예은, Frants
    예은, Frants
  • 8
    Back
    유빈, 혜림, 이토요
    유빈, 혜림, 이토요
    유빈, 혜림, 이토요
  • 9
    Oppa : 오빠
    혜림, Frants
    혜림, Frants
    혜림, Frants
  • 10
    사랑이 떠나려 할 때
    선미, 심은지
    선미, 심은지
    심은지
  • 11
    없어 : Gone
    유빈, 심은지
    유빈, 심은지
    심은지
  • 12
    이 순간
    예은, 홍지상
    예은, 홍지상
    예은, 홍지상
  • 13
    [CD Only] 20150711 :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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