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비로소 음악이 된 이미지

이심 (Leesim) 『The Sound Of Soul Borne On The Wind Of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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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8
Volume 2
레이블 광수미디어

이심(LEESIM, 二心)은 부산의 하드록 밴드 리겔의 이재준과 스래쉬메탈 밴드 히든히어로의 심인택이 뜻을 모아 결성한 실험음악 프로젝트이다. Whitesnake와 Judas Priest를 좋아하는 이재준이 운전하며 헤드뱅잉을 하던 어느 날 “자연으로 음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은 무려 20 여년을 떠돌다 맥북 로직 프로그램을 빌어 비로소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별자리 황도 12궁과 2013년 주식거래량 그래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이 곡의 소재로 쓰였고, 이안의 영화 제목에 Stanley Kubrick과 Alfred Hitchcock의 은밀한 긴장이 곡마다에 스미면서 이심의 데뷔 앨범은 '형상의 음악화'라는 프로젝트 본래 취지에 거의 다가갔었다.


이재준이 직접 쓴 1집 속지에서도 예고됐듯, 이심의 두 번째 앨범은 원주율과 파이, 시그마와 파보나치 수열, 그리고 마방진(Magic Square) 같은 숫자들의 조합이 주제였다. 하지만 속지 끝에서 언급한 “故김영갑 선생 10주기 전시회 음악”을 위해 그 주제는 잠시 유예된다. 2집은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오르내리던 오름, 그리고 그가 살았던 제주의 자연을 음악으로 표현한 ‘전시음악’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 - 김영갑


Kraftwerk의 디지털 감성, Brian Eno의 광활함, 그리고 덥/테크노 프로듀서 Andy Stott의 음산함이 감지되었던 데뷔작에 비해 이심의 2집은 한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위한 음악답게 비바람과 돌, 억새, 유채꽃이라는 그 지역 자연 산물들을 토대로 좀 더 차분해진 느낌이다(「Oruem」). 가령 '한계와 영역을 확장하는' 로직 프로그래밍은 여전히 이들 음악의 논리(Logic)로서 똬리를 틀고 있는 반면, 「Sea」 같은 곡은 Schonberg의 무조음악을 거문고로 재현하는 듯 비장한 여백을 강조하였다. 익숙한 화성과 음렬을 거부하는 이심의 음악은 때문에 이번에도 '가요'를 즐기는 일반인들의 귀를 괴롭힐 확률이 높지만, 그러하기 때문에 이심의 음악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건 이들 음악이 가진 역설의 장점이요 강점이라 하겠다. ‘무의미로부터의 의미’라는 난해한 철학이 「Humanity」의 정처 없는 음과 파열하는 비트에 실려 음악이 될 때, 이 음반의 전시음악으로서 역할은 끝내 감상음악으로서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의 바람(「Wind」) 소리를 듣고, 비(「Rain」)에 젖은 돌(「Stone」) 옆 꽃(「Flower」) 향기를 이 앨범에서 맡았다면 당신은 이 앨범을 제대로 들었다. 그것은 곧 김영갑 선생의 작품에서 이심의 멤버 둘이 느낀 그것(“오름에서의 바람소리, 억새소리, 비와 천둥소리, 머릿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감촉, 풀과 흙냄새”)과 다르지 않다. 이심 안에서, 이미지는 비로소 음악이 될 수 있었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Wind (Sweeping The Soul)
    -
    이심
    -
  • 2
    Stone (Motive)
    -
    이심
    -
  • 3
    Rain (Listen To The Sound Of Jeju)
    -
    이심
    -
  • 4
    Flower (The Miracle Of Nature)
    -
    이심
    -
  • 5
    Sea (親朋無一字 老去有孤舟)
    -
    이심
    -
  • 6
    Oruem (今人不見古時月 今月曾經照古人)
    -
    이심
    -
  • 7
    Humanity (Meaning From Meaninglessness)
    -
    이심
    -
  • 8
    Spirit (Fire Of Prometheus)
    -
    이심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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