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5-2] 10년의 내공으로 일궈낸 슬러지/스토너 메탈의 천국

블랙메디슨 (Black Medicine) 『Irreversible』
2,35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7
Volume 1
레이블 석기시대
공식사이트 [Click]

블랙 메디슨이라는 이름은 이들을 이 앨범으로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겠지만, 이미 헤비니스 음악, 특히 해외가 아닌 국내 인디 밴드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의 록 매니아들에게는 그리 낯선 이름만은 아니다. 올해로 결성 10년째를 맞은 이 밴드는 그간 다수의 홍대의 대표적 록 클럽들과 인천의 글래스톤베리, 그리고 대전의 클럽들 등 여러 지역에서 꾸준히 자신들의 슬러지(Sludge)/둠(Doom)/스토너(Stoner)메틀 사운드를 전파해왔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해마다 그들과 교류를 맺고 있는 일본의 동일계 밴드들을 초대해 《Electric Road Festival》이라는 이름아래 합동공연을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그간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그들을 주목해온 사람들이 꽤 있을 만큼의 지속적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밴드를 리드하는 두 사람 - 한국 최초의 데스메탈 밴드 스컨드렐(Scoundrel)과 그 뒤를 이어 활동했던 사두(Sadhu)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던 기타리스트 이명희, 그리고 데스메탈 밴드 시드(Seed)와 둠메탈 밴드 투견을 거친 보컬리스트 김창유 - 이 블랙메디슨을 통해 추구하는 사운드는 1970년대 Black Sabbath를 그 뿌리로 둔 블루지하면서 묵직한, 그리고 음울한 헤비메탈의 세계를 계승하는 서브 장르들에 닿아있다. 사실 한국에서 여전히 수많은 헤비니스 계열 밴드들이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 속에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과 같은 길을 가는 밴드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희소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사운드를 구현하는 연주력과 작곡 능력이 과거와 현재 해외에서 해당 장르를 추구하는 밴드들과 당당히 어깨를 맞댈 수 있는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0년이라는 긴 내공을 한 장의 음반으로 집약한 음반이기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년을 음반을 내고 활동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성도를 담보하는 곡들을 그리 많이 내놓지 못하는 록 밴드들도 지금 메이저와 홍대에는 꽤 많지 않은가. 보편적 하드 록/메탈 팬들은 물론, 지금 동시대의 해외의 해당 장르 밴드들의 음반들을 열심히 챙겨 듣는 매니아들이 이 음반을 들었을 때도 전혀 아쉬움을 느낄 수 없는 완벽주의가 이 음반 속에는 충실히 녹아있다.

 

Black Sabbath의 대표곡들에서 느낄 법한 짜임새 있고 블루지한 리프들이 곡 전체를 수놓으며 묵직한 그루브를 이어가는 속에서 김창유의 보컬의 파워 샤우팅이 분노의 탑을 쌓는 첫 트랙 「The Arson Boy」을 선두로 하여 이 앨범은 전편이 ‘클래식 헤비 록의 천국’으로 듣는 이를 안내한다. 9분이 넘는 대곡이자 제목부터 해당 장르에 충실한 메탈 송가인 「Sludge Song」의 반복되는 기타 리프 속에서 느껴지는 Tony Iommi의 향기가 베이시스트 김대일과 드러머 이영호의 드라마틱한 리듬 연주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장면을 목격하면 이들의 밴드로서의 합이 정말 탄탄함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끈적한 도입부의 기타 솔로까지 포함된 중량감 있는 리프로 시작해 중반부의 드라이빙감을 느낄 수 있는 연주까지 역시 9분간을 기타와 보컬이 멋지게 끌고 가는 블루지 헤비 록 「Medicine」, 스트레이트하고 속도감이 있는 편이지만 역시 블루지한 브릿지 리프에선 그들의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Your Devilish Smile」, 역시 블랙 사바스의 앨범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느린 그루브가 일품인 「늪의 길 (Road Swamp)」, 사이키델릭 록 시대의 스케일도 담겨진 - 그래서 일면 신중현 사운드의 음반들 속 기타 워크가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 - 기타 리프의 그루브가 인상적인 「Night Flames」, 꽤 속도감을 갖춘 전반부와 종반부에 맞서 중반부의 헤비 드러밍과 솔로의 진중함이 조화를 이루는 슬러지-스토너 메탈 트랙 「Misdirected Rage」, 제목처럼 ‘폭동(Riot)’의 상황을 전하는 뉴스 소리들이 지나고 나면 울려오는 서정적이면서 끈적한 기타 솔로가 묘한 슬픔을 전하다가 그 위에 강력한 드럼의 에너지와 (특별한 가사를 담지 않은) 보컬의 울림까지 더해지면서 앨범의 대미를 의미심장하게 장식하는 「Riots Rage」까지, 각 트랙의 러닝 타임이 아무리 짧아야 5분, 대체로 7-8분을 이어져도 곡마다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사운드의 매력이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2015년에 한국에서 이러한 헤비 록 앨범이 나왔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지만, 이미 여러 리뷰를 통해 다른 평론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장르적 충실성과 악곡의 완성도에 빈틈이 없음이 이들이 10년간 갈고 닦은 음악적 역량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각 트랙마다 촘촘한 소리의 이음새를 다지느라 녹음 과정에서도 얼마나 노력했을지 느껴질 만큼 이 음반은 밴드의 정성과 진심이 녹아있다. 그것이 지금 제대로 한국의 헤비 록 매니아들에게 전해지고 있고, 올해가 끝나고 2015년의 음악들을 정리하고 평가할 때 이 음반은 분명히 장르의 벽을 넘어 가장 높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Credit

Vocal : 김창유
Guitar : 이명희
Bass : 김대일
Drum : 이영호

Produced by Black Medicine
Sound Supervisor by 이명희
Engineer by 허정욱
Assistant Engineer by 권유진
Mixed by 허정욱 (이명희)
Mastered by Sterling Sound (UE Nastasi)
Recording by Stoneage Studio
Album Design : 우정훈 (이명희)
Executive Producer : 전홍필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The Arson Boy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2
    Sludge Song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3
    Medicide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4
    Your Devilish Smile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5
    늪의 길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6
    Night Flames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7
    Misdirected Rage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 8
    Riots Rage (inst.)
    김창유
    이명희
    블랙메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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