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5-1] 마술적 리얼리즘의 희극적 재구성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Sun Power』
2,33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7
Volume 3
레이블 아시아레코즈
공식사이트 [Click]

2집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3집이지만, 『썬파워』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 그대로이다. 결과물이 재탕이나 답습이라기보다 데뷔 이래 지저분한 8년의 대한민국 현실을 지나오면서도 여전히 변질되지 않은 채 “그들은 깨끗하다”는 의미이다. 애초부터 구남의 음악은 일상의 이야기에 실어내는 주술적이고도 긍정적인 힘이 있었다. 거창하게 문학 용어를 빌려 이야기하면 마술적 리얼리즘이고, 더 쉽게 뱉으면 일상 판타지이다. 곧 구남이 자기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일상에 숨겨진 원리들을 발견하고 신비롭게 혹은 희극적으로 구성하여 자기만의 총체성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말만 그럴싸하지 어디에나 갖다 붙여도 좋을 보편적인 설명 같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이 함정이다.

 

마술적 썬파워

 

마술부터 이야기해보자. 구남이 선사하는 마술의 향연은 '적당히 화려한' 사운드로 표현 가능하다. 여기서는 ‘적당히’, ‘화려한’ ‘마술’이라는 세 가지 설명이 모두 중요한 키워드이다. 이 시대에 마술은 구시대적 유물이다. 문학 용어로서의 마술 아닌 진짜 마술(魔術)말이다. 시각적 효과는 4D영화나 테마파크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재미로서는 작은 화면 안의 스마트폰이 더 관심을 끌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원리를 알 수 없는 마술의 힘에 여전히 쉬이 매료된다. 매 앨범마다 시점을 명시할 수 없는 다양한 시간대의 복고 장르를 넘나들며 심플하면서도 들썩거리는 비트로 주술적 사운드를 만들어냈던 구남의 사운드 메이킹은 그러한 마술과 심히 닮아 있다.

 

이번에도 어딘지 모르게 토속적인 멜로디나 영롱한 사운드 모두가 마술적 분위기에 깊이 관여한다. 그 중에서 마술장치로서 첫 곡 「젊은이」부터 돋들리는 악기는 키보드(김나언)이다. 기타(조웅), 베이스(임병학), 드럼(박태식)이 사회자 마냥 까불거리며 만들어내는 무대 위 비트를 다채롭고 조밀한 소리들로 조미하는 키보드는 오늘날 대단한 탄성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여전히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곡예와도 같다. 1집을 지배하는 나른한 정서와 다르게, 「재미」에서처럼 일순간 튀어나오는 기타의 거친 돋움은 마술의 원초적이고 투박한 기교이다. 이 시점에서 키보드는 기타의 원시적인 쇼맨십을 보충하는 미녀 도우미로 역할이 뒤바뀐다. 김나언의 가세는 확실히 「UFO」에서의 보컬이나 여성 코러스로서의 감초 역할까지 톡톡하다. 정식 멤버로 처음 참여한 김나언과 박태식이 주·조연을 오감으로써 1인 다역을 오가던 구남식 마술 사운드가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 리얼리스틱 가사에 힘을 보태는 순간이다.

 

리얼리스틱 구남과 여의 재미 넘치는 스텔라 라이딩

 

구남의 가사에는 현실적인 소재가 날것의 일상 그대로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가사 속 이야기가 보편적 세계가 아닌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의 세계 속 현실 이야기여서 더욱 사실적이다. “술 취한 밤 사는 게 무겁”고, “마신 술이 더 무겁다”는 독백이 지독히도 솔직하게 들려서, 이후의 “무슨 얘길 해야 할지 아무 말도 할게 없다”는 가사는 오마주(「젊은이」)임에도 불구하고 당대보다 더욱 가까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구남식은 한술 더 떠 그와 같은 현실 소재가 일상의 언어와 시적 표현을 넘나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너도 재밌고 나도 재밌는 수가 있지”, “물고 빨고 맘대로 해봐”라는 노골적 수사가 “고래처럼 춤을 춰봐”, “파도를 넘어봐”와 같은 낭만으로 치닫다가 “오예 오 오예”와 같은 능청으로, 또 “살살 배고프네 라면을 끓여볼까”(「재미」)와 같은 뻔뻔하고도 연극적인 서사로 마무리되는 게 바로 구남의 방식이다.

 

두술 더 떠 『썬파워』의 스토리와 에너지는 1, 2집보다 훨씬 희극적이다. “흥겨웁고” “간지로운” 「No Clothes Party」나 “아랫배에 전기가 지기지기 지기지기”한 「바디 러버」는 구남이 주는 음악적 인상에 더해 제목만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코미디이다. 우울 혹은 저항이 웬 말인가.  「UFO」(“어젯밤 꺼져 있던 핸드폰 얘기 내 얘길 믿어 줄지”, “갑자기 커다란 빛이 내려와 날 데리고 갔었죠”, “세상엔 우리만 있는 게 아닐 거예요”)쯤 되면 이들이 희극을 쓰는 건지, 노래 가사를 쓰는 건지 의심이 될 지경이다. 때로 침잠하는 가사 속 두려움(「번개」)이나 슬픔(「사과」)을 움켜쥐는 것도 노래의 밝은 에너지이다. 이른바 그들이 차용하는 현실이, 재미없는 흔한 잡기나 불평·불만이 아닌 그들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고 썬파워를 부르는 마술적 주문이 되는 순간이다.

 

곁에 두고 싶은 구남

 

3집 시점에 이르러 구남은 두고두고 곁에 남기고픈 진짜 구(舊)남친이 되었다. “대놓고 복고”는 아닌 것이, 구수하면서도 익숙한 양태 안에 끈적함·능청스러움·코믹함 그 어느 한 가지 속성에 머물지 않은 채 재기발랄한 정서로 버무려져 있으니 편하고 즐거운 게 이것 참 자꾸 마음이 간다. 당장 옆에 있지 않는 듯한 호기심과 신비로움도 적당히 자아낸다. 마찬가지로 일상을 희극적 소재로 삼는 장기하식 ‘놀이’나 눈뜨고 코베인식 ‘처연함’과 구별되어, 구질구질하게 들러붙지 않는 것도 구(舊)남친스러운 장점이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이름만으로도 괴짜 같았던 팀명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장르는 그것이 외형적 조건이든 감성이든 곧 몇 가지 속성으로 조합·설명되는 구별적 틀일진대, 구남의 장르는 당분간 호러섹시멜로판타지스릴러 따위 저리 가라 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라는 단어 외에는 대체 불가일 듯하다.

 

Credit

Guitar & Vocal : 조웅
Bass : 임병학
Keyboard & Vocal : 김나언
Drum : 박태식
Percussion : Quandol

Chorus
이희은 이동민 정소영 강주완(수원동서치과) 정윤상
김진선 이연진 전아름 윤여정 서수진
김은신(무대륙) 신윤근 안진희 선희 석훈
김반석 기명신 이성훈 이주현 박종현
김희권 육대근 김석화 이진숙 안인성
조증환 유신홍 김수현 채만선 하명성

Produced by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Co-Produced by 김남윤
Recorded, Mixed, Mastered by 김남윤 (하늘세탁 Studio)
Cover Designed by 윤재원
Photography by 조웅, 신윤근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젊은이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2
    우주로 가자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3
    골드빌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4
    재미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5
    번개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6
    No Clothes Party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7
    노인생각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8
    바디 러버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9
    UFO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10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11
    사과 : Album Version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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