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4-2] 언제는 록에 국적이 있었던가

유즈드카세트 (Used Cassettes) 『Rock N Rills』
1,53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6
Volume 1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
공식사이트 [Click]

소소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음악인의 국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오래도록 한국 대중음악을 들으며 영미 대중음악과의 간극이 얼마만큼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살피는데 집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음악의 양식과는 별개로 자국어로 구사하는 대중음악의 파급력이 훨씬 세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선입관을 유즈드카세트의 첫 정규앨범 『Rock'N'Rill』이 유쾌하게 비틀어 주었다.

 

일단, 앨범 전반을 가로지르는 사운드 디자인은 60년대의 영미권 록을 지향하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근래 블루스나 로커빌리 같은 옛날 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을 구사하는 - 스트릿건즈나 웨이스티드쟈니스, 빌리카터 같은 - 팀들이 급증하긴 했지만 그들과는 결이 다른 음악이다. Danny Arens의 보컬은 풋풋했던 시절의 Mick Jagger를 단박에 연상시킨다. 노래의 뒤를 받치는 기타의 리프 또한 이펙터를 거의 입히지 않은 날 것의 상태라 60년대 록이라는 그들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하고자 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운드 디자인의 선택도 가능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유즈드카세트의 음악을 그냥 '다국적'이나 '무국적'음악으로 퉁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생각해보면, 한국인들로 구성된 팀들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하드코어처럼 영미권의 어느 음악양식을 모티브로 삼거나, 델리스파이스처럼 특정 팀이 구사하는 음악을 지향점으로 삼고 정진하는 경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다. 더구나, 영미권 대중음악과의 유사도 구현을 위해 (의도적으로) 영어 가사를 구사하는 '한국인' 팀들이 여전히 많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다른 잣대를 무의식중에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Found Magazine》이 유즈드카세트의 멤버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Beatles, Rolling Stones와 함께 김정미와 펄시스터즈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관심사는 보다 명확해 보인다.

 

이런 음악 외적인 생각들을 잠시 접고, 앨범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요즘 발표되는 여타 록밴드에 비해 결이 다른 성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초반부 3곡은 바닷가에서 여유를 부리는 듯한 리듬을 보이다가(「At Barcelona」), 신경질적으로 박자를 바꿔대고 (「President」), 「Sergio Leone」에 이르러서는 누가 들어도 컨트리를 연상시키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곡이 주는 뉘앙스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것은 리듬 파트가 기타나 보컬에 비해 도드라지게 들리기 때문이지만, 그보다는 전적으로 Patrick Walsh의 안정적인 드러밍이 뒤를 받치기 때문이다.

 

허나, 「Ducati」와 「Amy」,「She Got Burned」에서 구사하는 연주의 스타일을 듣자면, 앨범 내에서 이 싱글의 위치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톤은 앨범의 다른 곡과 비슷하지만, 이들 트랙에서는 연주의 뉘앙스나 리듬 구성이 사뭇 다르게 들린다. 개별 싱글로 들었다면 아쉽지 않은 완성도를 뽐냈겠지만, 트랙의 위치상 앨범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들린다. 차라리 이 세 곡을 덜어내었다면 앨범이 가진 기운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생긴다. (다른 측면으론 이런 덜컹거리는 구성조차도 록일수는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든다.)

 

마음 속에 아쉬움이 퍼질 무렵, 「Pat Walsh is here」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기타와 보컬이 서로 부둥켜 안고 달리는 하드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리듬파트가 주도하는 전반부 싱글 3연타와는 달리 「Whip Of The Master」나 「Rock'N'Rill」에서 구사하는 리드미컬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리프와 Arens의 거칠게 내지르는 보컬의 합은 어떤 밴드의 음악과 비견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쯤이면 들던 아쉬움도 다시 사라지고 어깨를 들썩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유즈드카세트의 신보 『Rock'N'Rills』는 록앤롤의 기운으로 뭉쳐있는 강렬한 앨범이다. 단지 외국인들로만 구성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이정도는 해야지'라는 선입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긴 록이 언제는 국적이 있었던가. 기타를 후리고, 드럼을 뽀개고, 까슬한 목소리를 내면 그것이 바로 록 아닌가. 좋기까지 하다면야 금상첨화인 것이고.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하는 밴드' 유즈드카세트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앞으로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At Barcelona
    -
    -
    -
  • 2
    President
    -
    -
    -
  • 3
    Sergio Leone
    -
    -
    -
  • 4
    Wasted
    -
    -
    -
  • 5
    Ducati
    -
    -
    -
  • 6
    Amy
    -
    -
    -
  • 7
    She Got Burned
    -
    -
    -
  • 8
    Pat Walsh Is Here
    -
    -
    -
  • 9
    Whip of the Master
    -
    -
    -
  • 10
    Ghost Stories
    -
    -
    -
  • 11
    I’m Insane
    -
    -
    -
  • 12
    Rock N Rill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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