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구남은 구남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썬파워』
1,61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7
Volume 3
레이블 아시아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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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로롱뾰로롱 키보드의 훅, 짤깍거리는 기타, 흥쾌한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동요 같은 노래. 이렇게 만들어진 첫 곡 「젊은이」는 “내 맘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져버린 잔”이란 말을 남겨놓는다. 뾰로로롱 거리는 키보드, 『우정 모텔』에서 많이 들었던 느슨한 리듬워크, 능구렁이 같은 조웅의 보컬. 이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곡 「우주로 가자」는 “왜 걸음은 같은 자리에 굴러도 뛰어도 같은 자리에”라는 말을 남겨놓는다. 또 한 번 뾰로롱하는 키보드, 역시 느슨한 리듬워크, 후반부에 개러지 록으로 변모하며 제법 세지는 세 번째 곡 「골드빌」은 “높이 솟은 굴뚝을 넘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달”이라고 말한다.

 

글쎄, 이런 곡의 묘사가 구남 특유의 무드를 얼마만큼 전달해줄 수 있을까? 고백하건대, 1집에 90점을 주고 2집에 100점을 줬던 나는 잠시나마 구남의 3집을 걱정했었다. 얼어 죽을. 걱정은 무슨 걱정. “달이 좋은 밤 창문을 열어”로 시작하는 「골드빌」의 첫 소절이 기막히게 매력적인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그래, 혹자 왈 “내 맘은 돌이요 내 머리는 흙이”라니 무슨 도 닦는 거요? 「노인생각」의 “오~ 거의 다 온 거 같어”는 또 뭐요? 애 늙은이요? 확실하고 화끈한 뭔가가 부족하단 말이오! 이럴 수 있다는 거 안다. 「재미」는 시작부터 반주가 세고 디스토션에 솔로까지 있는 명백한 개러지 록 사운드니 그런 말 하지도 마시오, 라고 구남 팬이 불끈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게 혹자들을 위한 답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재미」의 막판 기타 솔로가 어디 프로페셔널 하던가? 영미 누구 거의 근처에라도 가는가? 어림도 없다.

 

「재미」는 분명 구남의 새로운 모습이고 개러지 록으로 정의해야만 하는 소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어디 그것뿐이던가? 섹스에 관한 능청, 김일두에게서 차용한 “물고 빨고”, 다 치르고 난 뒤 “살살 배고프네 라면을 끓여볼까”라는 최종 마무리까지, 이런 포인트들이 밴드 사운드의 여백을 훌륭히 채우고 있는 김나언의 키보드와 함께 있고, 그리고 개러지 록과 함께 있는 것이다. 글쎄다, 또 혹자는 조웅의 기타에서 토속적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피」의 리프는 신중현 「미인」 리프의 구남식 헐거운 버전으로 들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헐거움이다. 구남이 뭔가를 헐겁게 차용하거나 재현하고 있다는 건 절대로 모자라다는 뜻이 아니다. 이러다 말고 저러다 마는 듯한, 사운드의 강도와 치밀함 정도와는 상관없는, 흐느적거리는 구남 특유의 미학 속으로 모든 포인트들이 녹아든다. 「우주로 간다」와 「번개」에서 조웅의 목소리는 이승열과 흡사하고, 「재미」는 장기하와얼굴들이 해냈어야 하는 걸 해낸 것 같고, 「UFO」는 눈뜨고코베인이 깜짝 놀랄 구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다 그냥 구남이다.

 

구남은 도대체 뭘 들려주는 걸까? 생을 굴러가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일단은 그렇다고 얘기해보자. 나는 이 정도까지 밖에 얘기 못하겠다. 「노인생각」엔 “거의 다 온 거 같어”만 있는 게 아니다. “밥은 에너지 에너지”도 들어있다. 나는 이런 폭넓음이 구남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번개」에서는 이승열 필의 진중함으로 “너무 무섭다 나는 무슨 죄를 지었나”라고 하더니 뒤에 가서는 “나도 그렇지 너도 그렇지”라며 장난스런 톤의 백보컬을 집어넣었다. 이건 무서움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좌절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마지막 곡 「사과」는 어떤가. 사과와 사람과 우주와 술맛에 대해 한 마디씩 논평하고서는 “사람들 허무하게 사라지는 거 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음악은 가끔은 내 마음 위로해 주지만 그것도 별로”라고 목청을 돋운다. 그렇다고 구남은 노랫말이 중요한 밴드구나, 이리 오해하진 마시길. 「사과」에는 4인조 밴드로 재탄생한 구남의 사운드가 최적의 상태로 담겨있다.

 

2집이 1집의 절반을 가져온 새로움이었듯이 3집 『썬파워』는 2집의 짤깍거리는 기타를 절반 정도 가져온 새로움이다. 조웅은 여기저기서 기타를 거칠게 다루는데, 이번에도 이 새로움은 성공적이다. 이미 언급한 「재미」와 「피」도 좋지만 「바디 러버」는 마지막 1분이 넘는 후주만으로도 귀를 충분히 자극시킨다. 그래, 물론 핵심은 이들이 바디 러버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것만은 거의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몸에 대한 긍정과 탐구로부터 구남의 오리지널리티가 샘물처럼 솟아나온다. 몸으로부터 나오는 사유, 몸과 사유의 혼연일체가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저 대충 손가는 대로 찍은 아무 것도 아닌 서울의 일몰을 떡하니 『썬파워』랍시고 커버로 걸어놓게 만들었다. 자기들 음악에 대한 완벽한 첨언이 아닐 수 없다. 저 사진이 바로 구남의 음악이고, 난 즐겁게 받아들인다. “세상엔 우리만 사는 게 아닐 거예요” 구남은 구남이다.

 

Credit

Produced by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Co-produced by 김남윤
Recorded, Mixed, Mastered by 김남윤(하늘세탁 Studio)
Cover Designed by 윤재원
Photography by 조웅, 신윤근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젊은이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2
    우주로 가자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3
    골드빌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4
    재미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5
    번개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6
    No Clothes Party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7
    노인생각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8
    바디 러버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9
    UFO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10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11
    사과 (album version)
    조웅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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