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Review

[2016 상반기결산 #8] 근래 가장 높은 성취를 보인 퓨전음악

두번째달 (2nd Moon) 『판소리 춘향가』

1,437 / 작성일 : 2016.08.31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4; Volume 3; 레이블 먼데이브런치; 공식사이트 [Click]

두번째달은 연주팀이다. 그런데 판소리는 거꾸로 소리꾼의 독무대와도 같은 예술이다. 두번째달과 판소리. 언뜻 양립할 수 없어 보였던 이 모순적인 조합은, 본작을 통해 분열의 틈을 메우고 그만의 하모니를 이루는 데 성공한다. 동화적이고 구상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 두번째달의 연주는 판소리의 가창을 백업하는 고수(鼓手)다. 때로는 창(唱)에 얌전히 자리를 양보하고, 때로는 노래와 노래 사이 화려한 멜로디로 서사와 이미지의 궁합을 완성한다. 혹여 이제는 굳이 그 국적을 따지지 않게 되는 두번째달의 트레이드마크 에스닉 리듬이 쉴 새 없이 공간을 채워내도, 김준수·고영열 각기 다른 두 톤의 소리꾼은 외래 그루브에 결코 종속되지 않은 채 자기 속도로 소리를 쏟아낸다.

가창과 다른 멜로디로 춤추는 조윤정의 바이올린이 입체적 결을 더하고, 간간히 터져나오는 처연한 절정의 순간에도 노래가 한치의 늘어짐 없이 갈 길을 나아가 집중력을 높인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적절한 고저로 호흡을 고르는 아니리의 밀고당김은 스킬 좋은 래퍼의 그것과도 같아 반주와 이질감이 전혀 없다. 판소리를 차용한 음악이자 물리적 병합을 시도한 퓨전음악으로서 근래 가장 높은 성취를 들려주는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