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언니네 #14]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없다

언니네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1,93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6
Volume 6
레이블 블루보이

『홀로 있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백대잔치가 열렸다. 1집의 「푸훗」을 얼마나 좋아했던가요, 20세기의 언니네가 최고였어요, 전 4집도 꽤 괜찮게 들었어요, 5집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집이야말로 언니네의 정점이죠. 이렇게 다양한 고백을 선행시킨 후에 다들 『홀로 있는 사람들』을 결론 내렸다. 별로다, 5집과 맞먹는 걸작이다, 5집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훌륭하다, 40대 후반 아저씨의 감정 토로가 이제는 지겹다, 마지막이라고 너무 띄워준다. 그럼 어디 나도 한 번 해볼까? 세기말 친구들에게 배포했던 믹스 테잎에서 1집의 「동경」은 붙박이었다. 다른 곡은 바뀌어도 그 곡은 항상 자리를 지켰다. 재평가되었다는 2집을 나는 아직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집의 「나를 잊었나요」는 귀가 닳도록 들었다. 4집의 「바람이 부는 대로」와 「태양 없이」를 굉장히 멋진 곡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쟁글쟁글 기타를 버렸다고 혹평한 모 웹진의 리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5집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동의하지 못한다. 자, 그래서, 얼른, 6집은 어떻다는 거죠?


바로 대답하기가 싫어진다. 1집부터 5집까지의, 1996년부터 2008년까지의 다종다양한 고백이 6집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1집은 최고였고 이번 6집도 최고다’라는 명제와 ‘1집이 최고였고 이번 6집은 그냥 그렇다’라는 명제의 차이는 뭘까? ‘5집이 대단했는데 이번 6집도 대단하다’는 명제와 ‘솔직히 5집 별로였는데 이번 6집은 대단하다’는 명제와의 차이는? 옛날이 좋아서 지금은 싫다, 옛날이 좋아서 지금도 좋다, 옛날이 싫어서 지금도 싫다, 옛날이 싫어서 지금은 좋다, 이 네 가지는 결국 두 가지로 나뉠 뿐이다. 6집을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그 앞에 붙는 과거의 고백들은 형용사일 뿐이다. 뭐라구? 그게 어째서 형용사인가? 20년 동안 언니네의 사운드가 어떻게 변해왔고, 기타 소리가 어떻게 변해왔고, 나이 먹기 전과 나이 먹은 후의 노랫말이 어떻게 달라졌고 또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 따져보고 떠올려보고 내린 판단이 아닌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변화와 부침은 분명한 실체와 역사지만 각각의 변화와 부침에 대한 호오가 모두 다른 것을. 넌 좋니? 난 싫어. 난 중간이야. 그냥 다들 그렇게 말할 뿐이다.


당신은 비평이 애초부터 객관을 가장한 개인적 고백임을 모르는가? 음악취향 필자들이 앞서 토로한 5개의 글이 그렇지 않은가? 당연히 맞는 말인데, 여기에는 작은 변수가 하나 있다. 『홀로 있는 사람들』이 언니네의, 세상에나 마지막이라 공표된 것이다. 이석원은 울면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던 서태지처럼 2년 6개월 만에 돌아올까? 아니면 더 이상 앨범을 기대하지 않았던 조동진처럼 20년 만에 발표를 할까? 며느리도 모를, 어쩌면 하나도 대수롭지 않을 이 공표 때문에 음악취향 필자들은 멋들어진 각각의 토로를 준비했다. 나라고 별 수 있을까? 6이라는 숫자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이들의 마지막 앨범을 두고 시간차는 9년이지만 『가장 보통의 존재』와 한 묶음으로 여겨질 앨범이다, 다음 앨범을 기대해본다, 다음에는 몇 년 만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아쉬워도 언제나 지지한다, 이런 평범한 마지막 문장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행복했어요. 글썽글썽.


최소한 가시 돋친 말을 들을 앨범은 아니라고, 나는 예의를 떠나서 그렇게 생각한다. 20대든 40대든 자기가 자기를 끝없이 점검하고 표현하겠다는데 그걸 책잡을 이유는 없다. 첫 곡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의 “이게 나 나야 나야”는 익숙하고 지겨운, 그래서 반가운 이석원이다. 프로듀스 101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보다 23년 곱하기 6제곱은 당당하고 강산에의 『나는 사춘기』보다 곱절은 덜 쑥스럽다. 다른 건 몰라도, 앨범 중간이 어떻게 흘러가든 마지막 두 곡 때문에 『홀로 있는 사람들』은 황홀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언니네에게 쌓아왔던 그간의 애증을 봄 눈 녹이듯 녹일 “말하고 싶어 그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라는 말이 깔끔한 신스 사운드와 청명하게 꼼지락거리는 기타와 어우러지는 「홀로 있는 사람들」,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꿈을 꾸지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는 꿈을”의 멜로디가 너무 너무 좋고 3-4-5집의 기타를 한 곡에서 몽땅 회상하는 듯 펼쳐지는 이능룡의 기타도 너무 좋은 「혼자 추는 춤」, 이 두 곡이라면 언니네를 기꺼이 웃으며 보낼 수 있다.


너무 자기에게 매몰되어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난 미치도록 알고 싶다 알고 싶다”라는 말 때문에 언니네의 마지막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도 새겨둬야 하고, 중앙의 팝송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몸속에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애도」도 새겨둬야 한다. 이 정도면 적어도 나에겐 충분하다. 이제는 홀로 있을 언니네의 사람들을 위해 내가 더 보태줄 게 있을까?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다며 자신감을 뚝뚝 떨어뜨리던 4집 발매 직후의 일간지 전면 인터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받고 무척이나 기뻐하던 모습, 이석원의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의 한 구절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질은 100% 내가 결정한 것.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열심히 살아보든가.”를 마지막으로 떠올려본다.


Credit

[Member]
이석원 : 보컬
이능룡 : 기타, 보컬, 키보드, 프로그래밍
전대정 : 드럼

[Musician]
유정균 : 객원 베이스
아이유 : 보컬 (「누구나 아는 비밀」)
박민우 : 키보드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애도」,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혼자 추는 춤」)
오동준 : 코러스 (「누구나 아는 비밀」, 「나쁜 꿈」, 「홀로 있는 사람들」)
배선용 : 트럼펫 (「마음이란」)
전희망 : 가이드 보컬 (「누구나 아는 비밀」)

[Staff]
프로듀스 : 이석원
녹음 : 이능룡/전대정/이강민@Lucky Punch, 고현정@Kokosound, 이경수@참꽃, 김대성/이상권/양하정/정태준/최성오@톤스튜디오
믹스 : Tatsuki Masuko@Float Studio (「누구나 아는 비밀」, 「마음이란」, 「나쁜 꿈」,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홀로 있는 사람들」), 김대성@톤스튜디오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애도」, 「혼자추는 춤」)
마스터링 : bk! of Astro Bits@AB Room

아트워크 : 김기문, 김용찬@Mykc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2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3
    누구나 아는 비밀 (feat. 아이유)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4
    마음이란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5
    애도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6
    나쁜 꿈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7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8
    홀로 있는 사람들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 9
    혼자 추는 춤
    이석원
    이석원, 이능룡
    이능룡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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