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어떤 감정에 대하여

거닐숨 『악수』
18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1
Volume 1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처음 음반을 접했을 때 「악수」와 「자장가」만 들었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뻔한 발라드의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성급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초반 두 트랙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에 슬픔에 대해 예리한 각을 세우며 타인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때는, 슬픔의 크기를 내비친 다음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한 설득의 언어를 풀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거닐숨의 노래들에서는 그렇지 않다. 슬픈 것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현재의 피곤함과 절망이 일상의 슬픔으로 나타낸다. 신경이 마모될 만큼 대부분의 타인과 부딪힌 후에 오는 긴 후유증까지 슬픔의 범주에 넣고 묘사하는것에 가깝다.


비애에 차 있는 감정을 억지로 벗어나려 하거나,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감정의 소용돌이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일상에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똑같이 슬픔에 빠진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포효하듯 내지른다. 광기에 가득차서도 아니고 어느 순간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선언도 아니다. 그것보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데 왜 세상은 항상 자신에게 낯설다고만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가깝다. 그래서, 거닐숨은 겉으로는 세상에 대한 답을 알고 사는 듯 보이지만 선을 넘어서까지 헤매는 모습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지칭해서 '당신 그래도 되나?'라는 심정으로 노래하는 것 같다.


관조와 사유는 연륜과 함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단어일지 몰라도, 한발짝 들어가서 타인의 슬픔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넌지시 묻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 지점에서 보면 이 앨범은 일상을 관조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 깔린 이야기와 현실에서의 슬픔이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지를 끈질기게 파고 들어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AOR 밴드 Formerly Fat Harry의 곡 「About My Life」(1971)은 시간에 흐름에 쓸려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탁월한 솜씨로 짚어내었다. 비록, Formerly Fat Harry와는 장르를 담아내는 그릇이 다르지만 인간 탐구의 영역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어른스러운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공통 분모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어른의 시각이나 깊이를 가진 슬픔을 드러내는 부분보다 더욱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극복하려는 의지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 중 하나로 보고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국내의 뮤지션들이 음악을 할 때, 유독 슬픔과 비통만은 극복의 대상으로 두는 것에 대한 반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발표한지 4년이나 지난 이 앨범이 좀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의 감정은 하나로 치우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묻혀버릴 뻔했던 앨범을 소개할 수 있어 그 자체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든다.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이 온몸을 덮칠 때 조용히 응시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2
    자장가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3
    아토피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4
    이야기를 꺼낼만한 여유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5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6
    부암동에서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7
    오후에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8
    한 번 이렇게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9
    다리를 건너며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10
    필요해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 11
    남은 말
    거닐숨
    거닐숨
    거닐숨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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