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닦이」의 중간 대목에서 노래가 잠시 멈춘다. 곧이어 드럼과 베이스, 랩만 등장한다. 키보드나 기타가 없어진 자리를 담예는 강박에 가까운 랩으로 꾸역꾸역 이어나간다. 이따금 나타나는 코러스 또한 치고 빠지는 정도다. 다시 잠깐의 침묵. 곡은 이내 초반부의 편곡으로 돌아온다.

담예의 세계에서 현실은 늘 갑작스레 틈입한다. 스킷(skit)에 해당하는 「점장님」을 보자. 정박으로 시작해 자기만의 화음을 쌓으려는데, 알람이 울린다. 알람 음은 끊임없이 음을 뒤바꾼다. 조롱을 일삼는 담예의 목소리도 한데 엮는다. 앨범의 가장 달콤하고 낭만적인 곡인 「영업종료」 또한 벨이 한 번 울리면서 시작하고 두 번째 울릴 때 끝난다. 마음껏 음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담예는 갑작스런 틈입으로 표현한다. 그 뉘앙스가 어찌나 강렬한지 가장 나긋나긋한 「퇴근길」조차 버스 알림벨을 기점으로 페이드 아웃할 정도다.

「암낫욜쏜」은 이를 극대화한다. 보컬이 음악의 주체가 아니라 음악의 소스로 전락했다. 하강곡선을 그리는 단선적인 화음에 보컬은 끊임없이 시달린다. 전의 곡인 「영업종료」처럼 자유롭게 저 혼자 치고 빠지는 대목도 없이 주 멜로디의 화음을 보태는 일에만 몰두한다. 「암낫욜쏜」은 끝내 「영업종료」의 꿈을 소모한다. 「암낫욜쏜」까지 기세등등하던 드럼 사운드도 「샌드위치 드림」에 이르러서는 간신히 베이스 옆에서 숨죽이며 등장할 정도다.

앨범은 「구인구직」의 고전적인 가스펠이 「영업종료」와 「암낫욜쏜」을 거치며, 어떻게 「샌드위치 드림」으로 변모하는지 추적한다. 혼 섹션의 패기 넘치는 연주로 똘똘 뭉친 목소리는 악담과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버둥거리다 「퇴근길」의 먹먹한 목소리로 탈바꿈한다. 현실을 단지 소재로만 차용했다면, 담예는 이와 같은 복잡 다단한 뉘앙스를 넣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삶의 이름으로 껴안으며, 음악적으로 풀어냈다. 가장 창조적인 리얼리즘은 가장 실패한 로맨티스트들의 손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이해하는 듯하다.

이 앨범은 꿈이 만들고 현실이 다듬었다. 현실이 아무리 「암낫욜쏜」처럼 괴롭혀도 그는 「세 가족」에게 그걸 죄다 쏟아붓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직설적인 어투를 가성에 담아 말하는 담예의 표현법이 이를 증명한다.) 「구인구직」의 가스펠은 현실과 부닥치며 담예의 신념으로 승화한다. 「샌드위치 드림」은 그것을 적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자신은 그저 곡을 만드는 사람이고,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점잖게 말한다. 희망은 결국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점 또한 넌지시 제시한다.

『The Sandwich Artist』의 산뜻한 결말은 오래 곱씹어 볼 만하다. 삶이 신선하지 않을수록 담예로부터 건네받은 공기가 청명하게 느껴질 것이며, 듣고 난 뒤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삶을 반추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삶이 더 없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희미하게나마 심지를 발견할 때가 그렇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리 대단한 곳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샌드위치를 두 손으로 부여잡는 힘으로 우리는 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