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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의 아침

슬로우쥰 (Slow 6) 『Grand A.M.』

840 / 작성일 : 2020.10.14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2; Volume 1; 장르 포크; 유통사 롤리팝뮤직

슬로우쥰은 『Grand A.M』에서 나른한 낮의 필체로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 후회와 희망 사이에서 머뭇대는 정서를 푸짐하게 그린다. 어찌나 넉넉한지 「모노로그」의 날 선 감각도 여유로이 품는다. 블루스 스타일로 일관하다 브라질리언 뮤직으로 끝나는 「졸업」의 구성이나, 「아침」의 다정다감한 멜로디도 기꺼이 허락한다. 슬로우쥰이 얼마나 유연하고 풍부한 창작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듀서인 신세철(멜로우이어) 또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베이시스트로 참여한 신지현이나 키보디스트로 참여한 임예진의 실력도 훌륭하지만,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같은 곡에서 보여준 신세철의 역량은 탁월하다는 말 이외에 달리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게스트 뮤지션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앤트메리의 박정준은 「졸업」의 미묘한 뉘앙스에 표현력 넘치는 드러밍을 보탠다. 「아침」의 플루트 멜로디 라인은 연진의 가장 빛나는 지점을 잘 드러낸다. 「Dear」 에 참여한 최도원은 슬로우쥰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수많은 금기 때문에 은유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감수성과, 『Grand A.M』을 동일선상에 놓는 게 온당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이 앨범을 더 들어볼 생각이다. 앨범이 멀찌감치 치워둔 비구름마저도 감사히 여길 것이다. 마지막 곡 「Greeting」이 끝나고 한참 후에 히든 트랙이 딸려있다. 비 내리는 소리와 어쿠스틱 기타의 마이너 코드의 조화가 매력적인 또 하나의 연주곡이다.

#슬로우쥰

Credit

[Musicians]
Guitar : 슬로우쥰, 안지훈(Track1)
Bass : 신지현
Drum : 멜로우이어, 박정준(Track8)
Piano : 임예진
Keyboard : 임예진, 정우민(Track10)
Rhythm Programming : 멜로우이어
String Programming : 임예진
Flute : 왕연진
Trumpet : 송준우(Track10)

[Staff]
Executive Produced by 서준호, 신세철(멜로우이어)
Produced by 멜로우이어
Engineered by 슬로우쥰, 멜로우이어
Recorded at 롤리팝스튜디오, 비트볼스튜디오, 멜로우룸, 블루315스튜디오
Mixed by 진민규, 이소림@롤리팝스튜디오
Mastered by 전훈@소닉코리아
Photo & Design 이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