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 2집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린다. 이상은의 작품에서 가장 괴리된 작품이라며 억지 춘향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있고, ‘추억의 노래’라는 조명 하에 애정을 가지고 듣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보다는 낫다는 사람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사랑할거야」는 명백한 표절곡이고, 그 점을 뒤집을 평가는 아마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편집자註. 싸잔 올스타스(Southern All Stars)의 멤버 쿠와타 케이스케(桑田佳祐)가 이끈 쿠와타밴드의 곡 「悲しい気持ち ~Just Man In Love~」(1987)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후, 1993년 공륜으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았다. [기사클릭]) 90년대의 다른 히트곡들처럼 수도 없이 리메이크가 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상은에게 이 곡은 뼈아픈 자각의 길을 이끌어 주었다는 점에서만 이 곡의 의의를 찾을 수 있으리라.

1집에서 강인원이 혼자 전담했던 프로듀서의 영역은 이 앨범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 앨범에는 곡을 제공해준 작곡자들의 취향이 비교적 잡다하게 섞여있는 편이다. 하지만, 수록곡 간의 화학적 결합은 없이 그저 하나의 싱글 모음집 수준에 불과한 케미스트리만 보여준다. 전작이 지니고 있던 최소한의 일관성마저도 이 앨범은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렇게 중구난방인 앨범 속에서 '그나마' 제 구색을 갖춘 싱글들은 주찬권, 정형근이 준 곡들과 이상은이 참여한 「그대 떠난 후」 였다. 여기서 나타나는 생동감은 전작의 것을 분명히 뛰어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구난방스러운 앨범의 구성 탓에 그러한 생동감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튄다. 앨범의 가장 큰 생동감을 담당하는 「사랑할거야」는 표절곡이니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결함이 너무 치명적인 나머지 이상은의 (공식적으로 발표된) 첫 자작곡인 「아오아오아」 또한 앨범 내에서 괴리되어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상은의 앨범에서 가장 동 떨어진 곡이 이상은 본인의 곡이라니.

그래서 이 앨범은 8~90년대의 음악 프로덕션이 반드시 이상적으로만 이뤄진 공간이 아니었음을 선명하게 증명한다. 그들은 이상은이 지닌 가능성을 제대로 담아내려 노력하지 않았다. 조금 더 진지했더라면, 조금 더 성의를 다했더라면 어쩌면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하지 않았고 이상은은 떠났다. 모든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끝끝내 이상은 자신은 거기에 속지 못하겠다고 자각했던 것일까. 이상은은 더 속지 않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다.

 

#이상은 #3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