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25-2] 누모리 「작별인사」

누모리 『환상의 문』
1,20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1
Volume 2
장르 크로스오버
레이블 누베이스레코드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누모리는 김덕수 일렉트릭 사물놀이의 음악감독이었던 기타리스트 정준석이 키보디스트 이안나 등과 함께 결성한 팀이다. 이미 이들은 데뷔 앨범 『구나구나』(2016)을 통해서 단순히 전통적인 국악(또는 민요)의 진행 속에서 서양의 악기 연주를 섞는 형태가 아닌, 서양의 음악 장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속에서 오히려 국악이나 민요가 담아왔던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잘 녹여내는 지향을 보여줬다. 2집 『환상의 문』의 타이틀인 이 곡 역시 잘 들어보면 정준석의 기타가 주도하는 로킹함과 블루지한 스케일의 연주 속에서 우리 국악의 '한'의 정서를 녹여내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곡으로 한정하자면 장구가 들려주는 전통 장단과 음계의 특징이 보컬이 전하는 메인 멜로디 속에도 잘 녹아있어서 은근히 팽팽한 크로스오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중반부 기타 솔로가 전하는 전율은 잠비나이의 음악과는 또 다른 강한 인상을 남긴다. 노력의 결과는 훌륭해도 일상에 놓고 듣기엔 주저함을 느꼈던 그간의 국악 크로스오버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곁에 두고 반복하고픈 결과물이다. ★★★★

 

[김예원] 밴드의 색채와 개성을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보여준다. 뿌리를 국악에 둔 것이 확실해 보이는 국악기 연주, 목소리의 발음과 울림에 신경을 쓴 보컬에 후반부에 록의 느낌이 실리면서 퓨전의 느낌이 살아난다. 격한 감정이 견고한 목소리와 섬세한 가사를 흐르며 나오는 것이 마치 한국의 창가 같다. 하지만, 후반에 이를 뚫고 나오는 전자 기타 소리가 양념을 더 얹어준 느낌이라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속에 다시 익숙한 신비한 느낌을 준다. 노래의 느낌과 가사를 담아내기에 걸맞은 톤을 맞추기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퓨전 음악이 표현의 장을 넓혀주었다. ★★★★

 

[박병운] 서사로 보자면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1990)의 사연을 국악 기반의 크로스오버 장르로 이식한 듯하다. 일견 들으면 장쾌한 것은 물론이며 흥마저 엿보인다. 어르신들은 장례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축제라고 했다지만, 이것은 무엇인가 재청을 하면 가사에 채 담지 못할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인생을 정준석의 록 기타는 울분을 토하듯 쏟아붓는다.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던 이안나의 피아노는 곡 후반부 오르간으로 옮겨 찌르르 울컥하고, 문상준의 타악기가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을 장대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나의 삶이 닫히고 짚기 힘든 삶의 원리가 축제의 외연을 가진다. ★★★☆

 

[정병욱] '일렉트릭 사물놀이'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대중음악과 국악의 접목에 천착해온 누모리 정준석, 이안나의 노력과 노하우는 지난 앨범 『구나구나』에서 이번 『환상의 문』까지 이어지며 나름의 결실로 맺어지고 있다. 물론 시도해온 방법론들은 다양했다. 극명한 차이들이 불꽃 튀기게 맞물리며 사물놀이와 같은 에너지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국악인지 서양음악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그만의 보편을 창조하기도 하였다. 이 노래에는 두 가지 전부 녹여져 있다. 인트로의 구성진 멜로디와 기타로 표현한 끝음의 시김새는 영락없이 국악 레퍼토리를 대중음악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모양새지만, 막상 초장부터 이어온 건반 반주에 맞추어 농염한 보컬부가 시작되면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합류한 리듬부는 하필 3소박 4박자의 굿거리 장단을 연주하며, 3박자 계열의 국악의 느낌과 4박자 계열의 대중음악의 인상을 동시에 포착하게 한다. 섬세한 감정과 호쾌한 내지르기를 모두 담아낸 정준석의 가창이 간혹 요성을 표현하는가 하면, 코러스의 받는 소리는 노골적인 민요풍으로 불러지고, 반대로 간주의 기타 독주는 한없이 블루지하고 사이키델릭하기만 하다. 국악이 한(恨)의 음악이라는 프레임에는 반대하지만, 국악이든 서양 대중음악이든 민중의 음악 속에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곧 민요와 블루스 모두에 담긴 슬픔을 억누르는 처절한 감정을 어우른 「작별인사」의 아이디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창작과 퓨전 사이 갈팡질팡하기 쉬운 이 씬이건만 작금의 누모리는 꽤나 쉽고 자유분방하게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듣기에 어렵지 않고도 좋은 것은 그 까닭이다. ★★★★

 

[조일동] Brian May를 연상케하는 기타 톤 감각이 묘하게 곡 여기저기를 스친다. 록과 창이 섞이나 싶다가 알앤비 스타일로 비음을 질러 넣는 보컬과 어우러지는 꽹과리의 리듬이 꽤 흥미롭다. 피아노와 장구의 리듬, 기타 솔로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곡의 구조가 다소 단조롭게 반복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부부의 죽음과 이별이라면 더 처연하고, 더 하강하고, 더 서늘해지는 구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

 

[차유정] 퓨전국악이 주는 애매한 현대음악의 경계를 정확한 보컬과 곡 진행으로 시원하게 돌파하고 있다는 점은 마음에 새길 부분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어떤 느낌으로 국악의 색채가 다가 오는지 혼동이 느껴질만큼 가창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르적 특성 때문에 한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면 좀더 힘을 빼고 했으면 자연스러웠을 듯 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작별인사
    정준석
    정준석
    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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