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Choice

올해의 앨범 7위

조동진 『나무가 되어』

1,684 / 작성일 : 2016.12.29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11; Volume 6; 레이블 푸른곰팡이; 공식사이트 [Click]

그는 무언가를 채울지 고민하기보다 무언가를 버리는지에 대해 고민했기에 거장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행보는 이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표백에 가깝다. 음악이 음악 스스로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이자 구도의 행보였던 것이다.

이 앨범은 바로 그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가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 음악을 들으면서 무심코 가졌던 논리들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기 또 다른 곳이 있다고 말해준다. 우리가 밀어낸 것들, 우리가 소외시킨 자연스러움도 이 앨범은 모두 껴안는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살뜰한 보살핌을 베푼다. 앨범은 그렇게 조곤조곤 질문한다.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소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맺히며, 다시 어디로 가는가. 당신의 소리는, 당신과 나의 소리는 무엇인가. 20년 동안 그가 줄곧 말해왔던 핵심이, 이 메마른 앨범 안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풍화라는 단어를 바들바들 떨며 곱씹어 본 일이 있는 사람들은 이 앨범을 사랑할 것이다. 메마른 나무가 잎이 떨어지도록 내버려두는 모습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들은 이 앨범을 담쏙 껴안고 엉엉 울기라도 해볼 것이다. 자신만의 섬에서 고개 숙여 울고 있는 사람들은 이 앨범을 들으며 오래도록 다른 섬에 대고 긴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앨범을 들으며 우리는, 바로 그런 자세를 취하며 이 끝모를 겨울을 날 것이다.

#2016 #조동진 #앨범

Credit

Producer : 조동진
Sound Design : 조동익
Mixing & Mastering : 조동익

Recording Studio : 무지개 녹음실, Stradeum, Sound Solution
Recording Engineer : 허성혁, 윤정오

조동익 : Bass, Elec. Guitar, Mandolin
조동진 : Acoustic Guitar
박용준 : Piano, Keyboards
이소림 : Oboe
신석철 : Drums
최성규 : Clarinet, Recorder
민영애 : Cello
강혜인 : Violin
김은미 : Flute
김동하 : Flugelhorn

Photo : 조동진
Calligraphy : 윤소라
Cover Design, Drawing :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