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8위

검정치마 『Thirsty』
55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2
Volume 4
장르
레이블 비스포크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여성혐오 논란으로 얼룩진 앨범이다. 음원사이트 댓글에서 토론이 벌어졌고 신문들은 논란을 확대해 보도했다. 몇몇 필자들은 낙인을 찍어버렸다.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으로 노랫말의 구조를 세운 몰염치한으로 인식되었고 파렴치한 홍대 인디 남성성의 대표주자로 호명되었다. 웨이브의 정구원은 비판적 입장에 적극 동조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쉣이라며 똥을 뿌려 놓았다. 문제가 됐던 구절은 세 부분이다.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지껄여봐/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저 그렇고”(「광견일기」), “넌 목이 졸리면서도 날 불러댔었지”(「Put Me On Drugs」), 그리고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해진 구절 “천박한 계집아이”(「빨간 나를」)가 있다. 맥락을 지우고 부분을 확대해 놓으니 정말 그렇고 그런 여성혐오자의 문장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분노를 미루고 차근차근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Susan Sontag 누님이 그랬다. 예술은 비평 전에 체험이라고. 이 앨범을 예술로 바라보자는 근거는 가장 몹쓸 문장 “천박한 계집아이”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빨간 나를’은 애인이 있는 남성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내용이다. 2집처럼 담백한 포크송으로 노래하는데 문제의 구절에서는 전자음을 배음으로 깔며 청명한 팔세토로 노래한다. 나는 이 도드라지는 편곡이 너무 아름답다. 의미 그대로 천박한 계집아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복잡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설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증오, 죄책감과 흥분의 복잡한 감정을 너무나 간단히, 이렇게 직관적으로 아로새기는 재능이라니.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성녀와 창녀는 앨범 안에서 한 몸이라고 세련되게 항변한다. 「맑고 묽게」에서는 여자의 남자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초능력도 발휘하는데, 이건 마치 조커와 배트맨처럼, 다스 베이더와 아나킨 스카이워커처럼 거울로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결국 한 몸인 선악 구도를 표상한다.
 
『Team Baby』는 맥아리 없는 앨범이었다. 특유의 시니컬은 온 데 간 데 없고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사랑타령이라니 말다했다. 하지만, 『Thirsty』로 인해 『Team Baby』은 비로소 의미를 부여받는다. 아리송한 메시지를 담은 오프닝과 바로 이어지는 펑크 넘버들의 배치도 그렇고 다이아몬드의 해석(「Diamond」, 「섬 : Queen of Diamond」)도 그렇고 두 앨범은 선과 악, 혹은 사랑과 증오라는 다르면서도 같은 구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생각해보면 의뭉스럽게 “너는 내 모든 것”이라고 되뇌이던 「Everything」은 『Thirsty』의 기시감이 아니었나 싶다. 배트맨보다는 조커가, 아나킨보다 다스 베이더가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처럼 『Thirsty』가 보여주는 풍경은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바로 이 지점이 조휴일이 말했던 뻔뻔한 그로테스크의 정체이며 검정치마가 침몰하지 않고 당대 음악계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이다.
 
또 하나 중요한 맥락은 검정치마의 음악적 변화다. 『Team Baby』부터 들쩍지근한 90년대식 색소폰을 앞세우거나 전자음을 활용해 요상한 복고를 보여주었는데 『Thirsty』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변화는 우선 과거의 유산들을 현대적으로 꼴라주한 한국적 B급 정서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시원스런 펑크(「Lester Burnham」)나 화끈한 슈게이징(「Put Me On Drugs」)에 익숙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르적 클리셰를 돌파하려는 긍정적 메시지임에 분명하다. 또한 이런 변화는 기존 검정치마와 다르게 가사에 대한 전달력을 높였고 그 때문에 앨범 콘셉트에 대한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세 번째 앨범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선과 악 다음은, 사랑과 증오 다음은 무엇일까. 90년대식 색소폰은 여전히 계속될까.
 
내러티브를 고려치 않고 몇몇 표현들에서 찾아지는 정치적 입장으로 이 앨범을 규정하는 것은 그러므로 폭력적이다. 물론 비판의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말해져야 하는 것은 텍스트 안에 들어 있는 맥락이어야 한다.
 

Credit

[Staff]
Recorded@톤스튜디오, 도기리치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틀린 질문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2
    Lester Burnham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3
    섬 : Queen Of Diamonds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4
    상수역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5
    광견일기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6
    Bollywood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7
    빨간 나를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8
    Put Me On Drugs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9
    하와이 검은 모래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10
    맑고 묽게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11
    그늘은 그림자로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 12
    피와 갈증 : King Of Hurts
    조휴일
    조휴일
    조휴일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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