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도재명은 「토성의 영향 아래」에서 문학과 철학을 읊으며 그 밑에 선율을 깔아두었다. 영화음악, 어느 미술관에서 보았던 프로젝트의 일환 같기도 하다. 꽤 많은 언어가 뒤섞이고 여러 사람이 교차하며 흩어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다가 이자람의 목소리가 멜로디를 감싸안을 때 제법 큰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어떤 부재와 상실을 노래하는 중이다. 이 다음에 살아가는 법은 막막하고. 절절하기만 한 사연들 뒤로 쌓인 문제와 피로를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 그 여정의 근사한 사운드트랙으로 이 노래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노래를 듣고 가만히 생각하고 뒤따르는 소리를 만끽하는 즐거움이 무척 크다. 로로스가 해체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지만, 이 노래의 반가운 이름들을 들으면 충분히 삭힐 수 있겠다. 5분이 넘어갈 무렵의 순간을 즐겨보시길. 기술이 더 발전해서 야마하가 말도 안 되는 것을 내놓지 않는 한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커다란 소리일 테니.

[정병욱] 무심하고 서늘하기까지 한 건반의 반주, 남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제시되는 내레이션으로 그 의미가 더욱 숨통을 조이는 문학적 가사, 화자의 과잉의식을 통제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이자람의 후렴과 후반부 로로스 시절의 감성을 잠시 환기하는 포스트록의 격정까지. 한 곡의 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서사의 모범을 가장 정석적으로 갖춘 노래이다. 일상의 철학이 이루는 알레고리의 숲. 이것을 우리는 시(詩)라고 부른다. 걸출한 밴드와의 등가교환이 마냥 아쉽지만은 않은 훌륭한 시인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