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흔적을 남기기에 비밀이 된다. '너에게는 말하기 싫어', 혹은 '아직은 말할 수 없어'를 의미하는 작은 몸짓과 침묵이 없더라면, 비밀이란 그저 머릿 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수많은 상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사소한 단서를 통해 우리는 비밀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 존재는 관계 위에 무거운 무게로 얹힌다. 김사월×김해원이 데뷔 EP의 제목을 『{비밀}』로 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앨범 속에 담긴 음악은 『{비밀}』이란 제목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사소한 것이 무겁게 다가오고, 작은 것에서 커다란 의미가 느껴지는 음악인 탓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지옥으로 가버려」의 구성은 손가락을 퉁기는 소리, 손뼉소리, 기타 소리, 그리고 김해원과 김사월의 목소리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손뼉 소리마다 들려오는 아릿한 리버브, 김해원과 김사월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메아리가 하나의 뚜렷한 풍경을 그려낸다. 자잘한 이펙트들이 음악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꾸밈없고 담담한 김해원과 김사월의 보컬 톤은 이 '소리의 풍경'을 한 층 더 - 골방같이 삭막하면서도 은밀한 공간으로 만든다. 단촐하고 썰렁한 농담처럼 "지옥으로 가버려"와 "지워가네"를 슬쩍 대치시키는 가사 쓰기 역시, 작지만 제법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다.

소리 과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 음악은 너무 크다고, 너무 시끄럽다고, 너무 화려하다고.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언플러그드와 어쿠스틱 음반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작 그 음반들에서 더욱 미묘하게 다루어져야 할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사월×김해원은 자못 소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이 앨범에서 '소리'를 흘려듣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모든 소리들이 존재감을 어필하지만, 정작 그 합은 화려하지 않다. 이런 단단한 균형감을 만들어내기란,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정말 어려운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