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그녀의 팬이었다면 유키카를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 - 꿈을 드림》(2017)에 출연했던 걸그룹 "리얼걸프로젝트"의 멤버였던 시절부터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솔로 싱글 「네온」(2019)을 통해 80년대의 일본 시티팝과 2020년의 K-Pop 사이에서 접점을 잡은 사운드는, 일부 음악 매니아들이 그녀의 존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규 데뷔작 『서울여자』 의 발표는 단순히 K-Pop계열의 음악을 찾아 듣는 팬들의 범주를 넘어 유키카의 인지도를 넓혔고, 놀랍게도 2020년 화제의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젊은 일본인 여성 보컬이 한국에서 자국의 80년대를 회고하는 ‘시티팝 리바이벌’을 음악적 지향으로 삼고 노래한다는 컨셉트임에도, 단지 참신한 시도를 넘어 우수한 결과물로 인정받는 모습을 목도한 것이다. 

화려한 상업적 히트까지는 아니지만, 『서울여자』 가 음악을 진지하게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화제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서울여자』 는 정규작이라는 틀을 잘 활용하여 하나의 확실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흐름을 대중가요 음반이라는 형식에 자연스럽게 심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유키카가 노래 가사로 연기하는 『서울여자』  속의 페르소나는 실제 그녀 자신과도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사실 (그녀의 인터뷰들에 따르면) 실제와 다른 부분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 음반을 들으면서 ‘서울여자’로서의 삶을 사는 유키카라는 인물과, 앨범의 서사 속 인물의 차이를 굳이 구별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삶을 선택한 한 여성이 적응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서울여자」), 사랑을 하고(「발걸음」, 「좋아하고 있어요」), 거기서 좌절을 겪은 후(「그늘」)에도 결국 서울의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이 앨범의 서사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가수의 삶과 동일시’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더욱 현실감의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이다. 대중가요 음반에서 ‘사랑의 과정’을 이렇게 컨셉트 앨범처럼 다룬 앨범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 않나.

둘째, 이 음반이 매력을 발산하는 또 하나의 동력은 바로 음악적 지향점에 완벽하게 충실한 사운드의 구현이다. 그녀와 작곡가, 프로듀서들이 ‘시티팝 리바이벌’의 음악적 지향을 이 앨범의 중심으로 잡은 이상, 단순히 신시사이저 중심의 프로그래밍의 힘을 앞세우는 다른 K-Pop 트랙들과는 궤도가 달라야 했다. 마치 한 때 스윗튠의 사운드가 그러했듯, 다른 전자음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해도 기타와 베이스의 넘실대는 리듬감이 있는 곡은 분명히 사람 냄새가 난다.

앨범을 기획한 에스티메이트 소속의 작곡가, 세션진과 한 때 스윗튠 출신들이 구축한 모노트리 작곡자들은 바로 이 점에서 리얼 타임 연주와 혼 섹션까지 활용하며 각 트랙의 개성을 잘 잡아냈다. 사실 모든 트랙이 다 시티팝 리바이벌을 추구한 것도 아니고, 90년대식 사운드의 감성(「Yesterday」), 2000년대 이후의 세계로 뻗기 전 K-Pop의 현대적 감성(「안아줘」)도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그 곡들을 하나의 앨범으로 이어 들을 때는 음악적 지향의 뼈대를 유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들려온다는 것이야말로 이 앨범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여자』는 K-Pop의 감각적 역사가 쌓아 올린 ‘현재’와 일본의 쇼와(昭和) 시대 시티팝에 대한 리바이벌로 구현한 ‘과거’가 한 데 만나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 결과물이 되었다. 이렇게 쉽지 않은 미션을 충실하게 다듬고 안정적으로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서울여자』는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앨범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다. 한 해 동안 꾸준히 곁에 두었고, 앞으로도 자주 꺼내 듣게 될 작품이 될 것이다.

 

#2020 #유키카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