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Choice

올해의 앨범 8위

회기동단편선 『처녀』

1,494 / 작성일 : 2013.12.28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3.06; Volume EP; 레이블 비싼트로피

괴상한 커버 아트는 부조리극으로 진지하게 결론날 테지만 그걸 들여다보는 내내 벌어지는 건 사실 웃음과 조롱이다. 새빨간 입술 뱃지를 어찌 해야할 지 난감하기는 모두들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본인의 경우, 둘째 딸의 보석함 목록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어쨌든 여장남자의 어색함으로부터 발생한 거리감이 음악으로까지 전이되어 ‘독특한 자기 세계의 소유자, 이상 끝!’으로 결론나기 십상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렇다. 가래 끓는 목소리로 “월화수목금토일”을 맥락 없이 반복하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기타 한 대와 걸쭉한 목소리만으로 8분을 끌고 가는 “월화수목금토일”의 「언덕」이, 지루하거나 난해한 느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강렬하고 확실하다. 하물며 「공」의 “점점 더……” 의 무서운 흡입력과 「노란 방」의 원시적 리듬은 말할 것도 없다. 혼을 빼놓는 건 삽시간이다. 「전통」의 연주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러닝타임 8분은 이미 사소한 것이 되며, 뒤이은 「이쪽에서 저쪽으로」에서 돌연 예쁜 실로폰 소리가 들릴 때면 뒤통수가 얼얼하다. 단언컨대, 『처녀』는 올해 가장 강렬한 아티스트쉽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런데 그의 위치 선정과 음반의 겉모양새는 거기서 자꾸 미끄러진다. 그래서 더욱 예술이다.

#회기동단편선 #2013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