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디는 천연덕스러운 자기표현이 곧이곧대로 한국 힙합의 가능성일 수 있던 시절을 가장 슬기롭게 움켜쥔 음악인이었다. PC통신의 유망주들이 마스터플랜에서 아직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을 때, 드렁큰 타이거의 본토 힙합이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 않았을 때, 그는 19금 가사와 코맹맹이 보컬, 콧방귀 같은 세태 조롱, 대중친화적인 컴퓨터 반주로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되는대로 내뱉는 어눌한 랩, 문장 어미에만 잔뜩 힘을 준 라이밍, 유치한 신디사이저 음색 따위는 그의 잡탕 미덕 앞에서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 「Fever」도 그런 곡이었다. 신디사이저 루프의 80년대 풍 소리와 빈티지스러운 베이스 리듬, 열심히 지껄이는 조피디의 랩과 매운 맛을 끼얹는 이정현의 보컬로 구성된 음악은 힙합이면서 댄스요, 댄스이면서 힙합인, 유행 가요로서 손색없는 작품으로 안착했다. 이때의 조피디가 싸이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선점하고 있었다는 점 (같은 앨범 수록곡 「카사노바」에 데뷔 1년 전의 싸이가 피처링으로 등장), 뮤직비디오에서 이정현의 모습이 테크노 무당의 최종 리허설처럼 보인다는 점도 함께 짚어줘야 할 사항이다.

 

[Official Video]

 

[Broadcasting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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