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이소라의 「난 행복해」가 공존했던 1995년, 강변가요제에서 육각수는 「흥보가 기가 막혀」로 금상과 인기상을 함께 거머쥐었다. 판소리와 유로 댄스를 접목해 이른바 '판소리 랩댄스'라는 유일무이한 장르를 선보였던 이 곡은 조선 판소리 열두 마당 중 가장 익살스러운 것으로 꼽히는, 『흥부가』에서 자기를 집 밖으로 내치는 놀부에게 흥부가 애원하는 장면을 다루었는데, 사연을 담담히 서술한다는 점에서 전체 빠르기는 중모리 정도를 유지한다. “얼쑤”, “품바라” 하는 신명을 메긴 뒤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중독성 반복 어구를 휘모리장단에 얹으며 곡은 시작한다. 거칠게 헐떡이는 16박 댄스 비트를 타며 주고받는 조성환과 도중운의 랩과 춤사위는 사이사이 곁들여지는 추임새와 테크노, 그리고 하드록 풍 간주로 이어지며 이 곡을 왜 '장르적 더늠'이라 해야 하는 지를 구구절절 들려준다. 단언컨대 이 곡은 최근 《트로트 X》에 출연한 육각수의 절정이자 터보와 알이에프가 이끈 1995년 댄스뮤직의 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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