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묻힐 뻔한 데뷔작이 (지금은 기억에만 존재하는) 길보드 차트의 주목으로 1년이나 지나서 알려지게 된다. 서태지 이후 디스토션 걸린 기타 소리를 양념처럼 버무린 소위 '록 댄스' 싱글 중 「그녀와의 이별」은 가장 널리 회자된 결과물이다. 불안하게 시작하는 전자음, 그것을 덮는 드럼머신, 다시 그 위를 가로지르는 신디사이저, 덧붙여지는 일렉트릭 기타 사이에 주고받는 리프 배틀, 점점 파워풀하게 터지는 보컬까지. 록킹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악기들 간의 관계는 '춤'에 복무하는 댄스음악의 정체성에 보다 명확하게 부합한다. 인트로가 울려 퍼지는 즉시 싱얼롱 앤 댄스가 가득한 댄스 플로어를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점층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는 훌륭한 편곡에 더해 진성으로 밀어붙이는 김현정의 창법은 당대의 디바형 여가수들의 초기작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 하겠다. 「걸어서 하늘까지」 (1993)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던 최규성에게도, 데뷔 초의 미미한 반응에 상심했을 김현정에게도 「그녀와의 이별」은 '인생의 한 곡'임에 틀림없다.

[Official Video]

[Broadcasting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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