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1991)나 「덩크슛」(1993)의 김광진은 어렵지 않으면서 귀에 감기는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좋은 작곡가였다. 상업적 관심은 덜했지만 『Virgin Flight』(1991) 때에도 「일보접근」이나 「엘비나」처럼 순수한 특유의 감성이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곡도 이 곡, 「마법의 성」의 등장을 예견하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흡사 동요와 비견될만한 잔 기교 없는 멜로디 - 실제로 이 노래는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 에 현악 세션을 풍성하게 활용해 연출한 특유의 신비하고 극적인 무드. 그 위를 천사처럼 타고 내려오는 백동우의 목소리가 얹어지는 순간, 1994년 댄스와 뽕발라드 그 어느 그룹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압도적인 경험은 완성되었다. (그렇다. 이 곡은 Kids Version이 진리다.) 가사 모든 부분이 뮤지컬의 한 부분을 연상시키듯 선명하게 덩어리지지만, 후렴구 이후 하늘 위를 날아가는 순간은 흡사 동시기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귀로 체험하는 듯한 절정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