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을 강타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 차태현이라는 두 스타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메인 OST로 쓰인 「I Believe」를 통해 이문세, 변진섭의 계보를 이어 90년대를 지배했던 발라드 황제 신승훈과 킹메이커 김형석의 건재함을,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2001) 등을 히트시키며 떠오르던 양재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김형석, 신승훈이 5분 만에 합작해냈다는 아름다운 선율은 단선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전주로 시작해 코러스와 현악, 드럼이 살짝 얹어지는 반주 구성 외에 다른 것이 필요 없게 하였다.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는, 몹시도 불공평하기만 한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 신승훈식 애이불비(哀而不悲)가 잘 담겨진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