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Heaviness 50+5 15위

시나위 『1990』

1,365 / 작성일 : 2010.04.23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0.02; Volume 4; 레이블 오아시스

이 앨범은 한 시대의 종언이다. 헛된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패배의 서늘함이 존재한다. 군대를 마친 신대철은 의욕적으로 시나위 4집을 준비했다. 김종서가 다시 들어왔고 어린 서태지와 베테랑 오경환이 리듬을 맡았다. 그러나 앨범이 완성되자마자 시나위는 침몰하고 만다. 신대철은 김종서가 록발라드 가수로 데뷔하는 텔레비전을, 서태지가 댄스가수가 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혁명의 총소리 같았던 「Smells Like Teen Spirit」(1991)의 리프가 울려나왔을 때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레나의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피와 땀을 바쳐 기타를 치고 목청이 터져라 노래했던 청춘들의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은 안다. 셈 밝은 비지니스맨들이 헤비메탈을 록발라드로 재빨리 대체했고, 메탈러들의 자존은 양아치란 이름으로 형편없이 강등되었다. 「Farewell To Love」은 이런 미래를 모두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패배의 우수가 드리운 헤비메탈이란 정말 농담 같지 않은가?

그래서 신대철은 이 앨범에서 자신의 최고를 들려주는지 모른다. 유연하게 이어진 리프와 백킹이 절대로 쉬는 법이 없는 「Set Me Fire」부터 몽환의 계곡에서 연주하는「Metalizer」의 솔로를 지나 「황무지」에선 생존자의 끊어질듯 살아나는 후주를 토해낸다. 헤비메탈의 양식주의를 벗어난 무엇을 보여준 연주이며, 어쩌면 그것은 헤비메탈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시나위로 부터 시나위로, 누구보다 치열했던 한 시대가 유장하게 굽이쳐 바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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