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est

음악취향Y Best 100 22위

정태춘+박은옥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13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3.10
Volume 8
레이블 삶의문화

「시인의 마을」(1978), 「탁발승의 노래」(1980)로 시작한 정태춘의 음악은 지극히 서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항쟁을 만났을 때 그는 더 이상 개인의 서정만을 노래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시대의 아픔이야 어느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었고 정태춘은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 변혁에 가담하기로 결정한다. 80년대는 민주주의를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시대였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조차도 핏발선 투쟁으로 얻어내야 하는 시대였다. 그는 불의와 싸우는 사람들을 노래했다. 전국의 시위 현장을 발로 뛰었고, 시대를 고발하는 격문을 불렀고, 슬픔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노래의 메시지가 강렬하다보니 현실 변혁을 이야기 하던 시기 정태춘 음악의 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앨범, 『92년 장마, 종로에서』의 예술적 가치는 분명히 재평가 받아야 한다. 이 앨범에는 묘한 회한이 녹아 있다. 90년대 초반, 내분과 외압으로 피폐해져 가는 운동권의 모습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변화시켜야 할 숙제들을 남긴 상황에서 흐트러지는 연대를 목격한 음유시인은 슬픔 가득한 바이브레이션으로 회한(悔恨)을 노래한다. 이 회한이 메시지와 음악 사이에서 황금비율을 선사한다. 현실에 대한 한탄을 타고 정태춘의 서정이 올곧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이런 가사는 결코 머리만으로 쓰지 못한다. 뜨거운 가슴으로 체화된 경험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가슴 저미는 서정이 아니었다면 노래가 이토록 감동적일 수 있을까?


이 앨범은 민중가요의 단선적 주장도 아니고 개인의 서정만을 담은 노래도 아니다. 암울한 시대와 재능 있는 예술가, 그리고 선한 의지가 우연히 만난 극적인 순간이다. 이 앨범으로 음반사전심의 제도라는 몰상식이 폐기되었다는 사실은 교과서에 실려야 할 기본적인 상식이기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양단 몇 마름
    정태춘
    정태춘
    함춘호
  • 2
    저 들에 불을 놓아
    정태춘
    정태춘
    함춘호
  • 3
    비둘기의 꿈
    정태춘
    정태춘
    함춘호
  • 4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정태춘
    정태춘
    함춘호
  • 5
    비둘기의 꿈 (inst.)
    -
    정태춘
    함춘호
  • 6
    사람들
    정태춘
    정태춘
    정태춘
  • 7
    LA 스케치
    정태춘
    정태춘
    정태춘
  • 8
    나 살던 고향
    정태춘
    정태춘
    정태춘
  • 9
    92년 장마, 종로에서
    정태춘
    정태춘
    함춘호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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