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영역을 창작과 재현으로 이분할 때, 댄스음악은 다른 음악들보다도 유난히 재현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 왔다. 「날개 잃은 천사」는 그러한 성격이 특히 강했다. 물론 창작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샤기(Shaggy)가 리메이크한 「Oh Carolina」(1993)를 표절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1990년대 중반 너도 나도 댄스음악을 가지고 나왔고, 김건모가 앞서 발표한 「핑계」(1993)의 성공으로 레게를 기반에 둔 댄스음악이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날개 잃은 천사」는 그 내용적 바탕을 훌쩍 뛰어넘은 자기만의 기념비를 세웠다는 의미다. 빠르고 알아듣기 어려운 남성 멤버의 공격적 랩은 청각을 자극하는, '갖고 싶은 능력'에 대한 욕망의 재현이었고, 아슬아슬한 여성 멤버의 관능적인 '엉덩이 춤'은 시각을 자극하는, '갖고 싶은 몸'에 대한 욕망의 재현이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을 재현하는 이 노래의 노골적인 컨셉은 지금에야 익숙하지만 당시로선 굉장한 파격이었고, 이는 어쩌면 혼성 댄스 그룹의 속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제작자 최준영의 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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