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은 흔히 이재영의 「유혹」(1991), 엄정화의 「초대」(1998)를 잇는 섹시 컨셉 곡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소녀였던 박지윤의 「가버려」(1999)와 대비되는, 그리고 정확히 성인이 되는 타이밍에 들고 온 옆이 트인 의상과 당시 통념으로 굉장히 아슬아슬한 ‘쩍벌춤’을 대중이 허가했다는 점은 일대의 사건이었다. 같은 해 왁스의 「오빠」에서 대신 무대에 오른 하지원의 팬티 패션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을 생각하면 「성인식」은 2000년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이 곡은 원더 걸스가 노래한 「Tell Me」(2007)의 원류라고 볼 수도 있다. 「성인식」은 귀에 들릴 때 꽤 단순하고 비어 있는 공간이 느껴지지만, 그곳에는 최소 4개 이상의 복합적인 비트가 섞여 있다. 군더더기를 쳐낸 굉장히 심플한 사운드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서포팅으로 컨셉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빠르고 화려한 경쟁 속에서 박진영은 7년의 타이밍을 두고 동일한 방식으로 두 번의 광풍을 이끌어냈다. 박진영에게 '천부적'이라는 수식이 자주 붙는데, 이런 예리한 타이밍과 적절한 반동의 역사가 있기에 가능한 칭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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