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환희」는 신군부가 열렬히 반길만한 곡이었다. 그 해에 열릴 88올림픽과의 연계로 그들이 정권 초기부터 장려했던 국풍을 이어줄 수 있던 곡이었고, 또한 정수라는 「아, 대한민국」 (1983) 의 대히트로, 본의 아니게 한국 대중음악의 흑역사인 건전가요의 긍정성(?)을 증명했던 이력의 가수였기 때문이다. (두 곡 모두 박건호 작사이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 성격을 떠나서 「환희」는 대단한 곡이다. 보니 타일러(Bonnie Tyler)의 「Holding Out For A Hero」를 떠올릴 만한 김명곤의 극적인 구성과, 정수라의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가창력이 이룬 시너지는 한국에서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웅장한 스케일의 곡을 창조해냈다. 또한 당시로서는 빠른 리듬과 희망적 가사가 맞물리며 댄스가 가지고 있는 흥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었다. 물론 독재 정권이라는 배경은 이 곡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결정적인 오점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 리메이크를 하는 싸이의 말마따나 좌우를 떠나서 모두가 하나 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곡이니, 이렇게 희망을 부르는 댄스곡이 우리한테 있다는 점도 어찌 보면 참 다행인 일이다.

 

[Broadcasting Video]

#정수라 #댄스베스트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