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이 망한 노래는 아니다. 하지만 데뷔곡의 소임을 다한 것도 아니다. 책임 소재는 명확하다. 곡 제목과 전반부의 결정적인 새타령은 「하여가」로부터, 메시지는 「교실 이데아」로부터 배운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에이치오티가 「전사의 후예」 말고 「캔디」로 정상을 차지한 걸 똑똑히 보고서도 서태지가 마련해 놓은 매뉴얼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 시절 기획사의 눈칫밥 때문에 한국의 아이돌 역사는 테크노-랩-메탈로 귀결된 독특한 데뷔곡 하나를 갖게 되었다. 덕분에 간주의 찰진 그루브와 배경을 떠도는 전자음은 지금까지도 뜻밖의 감흥을 준다. 모든 면에서 너무 오바했기 때문에 이 곡은 기억할 만한 것으로 남았다. 물론 기획사의 판단 미스는 곧 보상받았다. 아이돌의 본질을 드러낸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이 자연스럽게 주인공 자리를 꿰찼고, 그 길은 「커플」의 달달함으로 이어졌다.

 

[Official Video]

 

[Broadcasting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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