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9위

김현철 『1집』

1,384 / 작성일 : 2012.04.27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9.08; Volume 1; 레이블 동아기획

지금이야 EX-나는 가수다의 잘나가던 심사위원으로, 애 잘 키우고 살림 잘하는 주부'구남'으로 포지셔닝 되었지만 김현철이야말로 시크함으로 중무장한 당대 댄디 보이의 전형이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카더라)던 그는,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때부터 ‘난 놈’이었는데 어찌나 날랐던지 나이 열여덟에 장필순 1집을 병렬 프로듀싱하는 신공을 발휘하는데(얼쑤!), 이 동아기념비적 기획의 정점은 바로 그 자신의 앨범이었다.

김현철의 1집은 단언하건대 우리가 89년도에 건질 수 있는 가장 미려한 앨범이다. 잘 직조된 멜로디와 모던한 감성, 스무 살 남성-소년의 내밀한 정서가 공존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은 과유불급의 미덕이 바로 이 앨범에 녹아있다. 이건 온전히 김현철의 ‘감각’ 덕분인데 이건 팝적이다, 혹은 도시적이다라고 축약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내재된 째지한 감각, 그루브에 대한 생득적 이해(?), 브라스와 현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프로듀싱 능력-이 모든 것이 이 앨범에 온전히 발현되어 있다.

유재하의 1집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면 이 앨범이 그 위상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고,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그가 단명하였다면 ‘김현철 음악경연대회’가 매년 치러졌을 것이고, 유재하는 김현철을 위한 추모앨범을 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이 앨범을 듣는 두 귀가 융숭하기까지 하다. 춘천행 티켓을 ‘아무 계획도 없이’ 발권케하는 역기능과 순기능을 동시에 경험하는 지경에 이르면 더 이상 그가 고맙지는 않을 테지만.

#80 #김현철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