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11위

김두수 『2집』

1,450 / 작성일 : 2012.04.22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8.01; Volume 2; 레이블 동아기획

김두수는 80년대 가장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1급 지하수다. 그래서 어떤 뮤지션도 보여주지 못하는 80년대의 다른 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내연과 외연을 동시에 확장시키는 마법을 제공한다. 특히 이 앨범 『약속의 땅』은 데뷔 앨범의 소박한 포크를 심화시켰으며 이후 3집 『보헤미안』(1991)에 수록된 「보헤미안」이나 「청보리밭의 비밀」 같은 내밀한 정서로 이어지는 한국 대중음악의 독보적인 상상력까지 내포하고 있다.

데뷔 앨범 『시오리길/꽃묘』(1986)는 김두수에게 임의로 노래 제목이 바뀐다거나 심지어 앨범 커버가 송두리째 변경되어 버리는 음반 시스템의 현실을 경험하게 해준 사건이기도 했다. 때문에 『약속의 땅』 제작사가 동아기획인 것이 중요하다. 비로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이 앨범의 A면은 1집의 아쉬웠던 면모를 본래대로 되돌려 놓으면서 「철탑 위에 앉은 새」나 「꽃묘」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평범하지만 낮은 반복이 주는 서늘함으로 가득 찬 비범한 작품 「청개구리 수희」도 있다. 이 앨범의 B면은 80년대를 통틀어, 아니 당대 한국 언더그라운드를 소급해 보았을 때, 가장 깊은 심연을 노래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긴 호흡으로 이어지면서도 결코 긴장을 잃지 않는 진실된 노래들이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김두수에게 기타라는 분명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며,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되는 구도적인 자세 때문이었다. 조동진이 가려 했으나 결코 도달하지 못한 곳에 선 자의 노래랄까. 이 앨범의 B면은 우리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낯선 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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