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41위

산울림 『7집』

1,046 / 작성일 : 2012.03.29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1.08; Volume 7; 레이블 대성음반

90년대 말 재조명을 받은 이후 계속 산울림을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파격, 내지는 한국의 펑크라는 얘기였다, 대중친화적이지 않고 무수히 들었던 가요의 스타일과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걸 펑크라고 말해도 좋은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산울림의 음악은 사람들이 밝고, 신나거나, 혹은 전복적으로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어두운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두운 면의 정체가 뭔지 알려준다면 그게 정말 산울림다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일곱번째 앨범 『가지마오』는 그 어둠의 한 부분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기존 작품이 가지고 있었던 몽환적이고 예민한 사운드 대신에 그들은 차분하고 뭉툭한 느낌의 선율로 트랙을 채워놓는다. 가는 세월의 처연함,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그들은 이제 숨기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멀어지고 누군가는 떠나며, 사람을 붙잡는 일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남겨진 것 그리고 내곁에 있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게 설령 엄청난 아픔을 동반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끝까지 따라간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산울림은 뻔해질 수 있는 희망 혹은 미래에 달라붙지 않는다. 그냥 지켜보고 우울해한다. 이리저리 빠져나가지 않고 직시하는 태도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인정하는 그 부분이야말로 이 앨범을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80 #산울림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