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45위

정태춘 『사랑과 人生과 永遠의 시』

1,105 / 작성일 : 2012.03.29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0.01; Volume 2; 레이블 서라벌

10년 만에 11집을 낸 이 우직한 원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투사로서, 마지막 선동가로서 이 사회에 기능한다. 데뷔 앨범으로 순식간에 공공의 연인이 되어버린 ‘신인(상에 빛나는)카수’는 메인스트림에 살포시 발을 올려놓으려는 순간, 4/4박자 정박으로 다음 스텝을 밟지 않았다.

시인을 꿈꿨고 시인의 마을에 살길 바랐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은 대한민국의 자화상, 그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2집 『사랑과 人生과 永遠의 시』는 그 과도기에 있던 정태춘의 맨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수작이다. 가난과 서러움, 상실과 연민의 그림자가 이다지도 짙게 드리우면서 ‘빛’나는 희망이 동시에 자리하는 이 오묘한 카르마. 심지어「산사의 아침 : 탁발승의 새벽 노래」은 실제로 찬불가 모음집에서 발견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공윤과의 질기고 긴 악연이 이 앨범으로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앨범은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가슴 저미는 아르페지오 연주가 인상적인 「이런 밤」이나 「가을노래」 같은 전작의 연장선상인 곡마저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데다가 정태춘이 이때부터 천착하기 시작한 우리의 장단과 가락을 엮은 「우리 동리 명창대회」, 「합장」이 결론적으로 대중들에게 ‘명랑하지 못했고’ 공윤에게는 ‘대중가요로 부적당’(「사망부가」)했기 때문이다.

불행한 이야기지만 그 곳에 ‘놀자’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 2집은 시와 장단과 가락이 어우러진 ‘마당’이다. 그리고 그 마당이 곧 ‘광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온당히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80 #정태춘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