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59위

박학기 『이미 그댄』

1,104 / 작성일 : 2012.03.23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9.05; Volume 1; 레이블 동아기획

이 앨범은 박학기의 데뷔작이지만 동아기획과 김현철을 통해 우선 이야기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같은 해 『우리 노래 전시회 3』(1989)을 통해 데뷔한 김현철, 유영석이 싱어송라이터였던 것과 달리, 주로 곡을 받아 부르던 박학기의 앨범에 대해 '썰'을 풀기에는 작곡가, 프로듀서의 면면을 대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앨범을 발매한 주변이 당시 젊은 음악 작가들의 산실이었던 동아기획이었으니, 관성적으로 이야기가 그 쪽으로 풀릴 법도 하지 않을까.

앨범은 「향기로운 추억」처럼 김현철에 가까운 조동익의 곡과,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같은 그냥 김현철 곡으로 양분된다(굳이 전자를 '김현철에 가까운'이라 표현한 것은 조동익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가 세련된 멜로디로 일정 부분 희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이 앨범을 박학기의 음반으로 만드는 그의 완벽한 미성은 이런 익숙한 '썰풀기'의 관성을 애매하게 만든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향기로운 추억」속 가창이나 잔잔히 흔들리는 「3:00 AM」의 울림, 그 뒤로 이어지는 「내 소중한 사람에게」의 쓸쓸함이나 정적인 멜로디를 아름답게 감싸는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에 이르기까지 박학기의 미성은 이 앨범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곡을 주도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좋은 제작진의 만남이 조화를 이룬 예쁜 앨범이다.

#80 #박학기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