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68위

벗님들 『벗님들 '84』

1,069 / 작성일 : 2012.03.16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4.05; Volume 3; 레이블 대성음반

록 밴드에게 80년대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괴리가 큰 시기였다. 록 밴드를 자처하지만 트로트와 믹스하거나 팝을 연주하도록 강제된 팀들이 많았다. 그러나 벗님들만은 그 딜레마에서 빗겨난 것처럼 보인다. 좋은 멜로디와 풍부한 화음으로 팝 음악의 매력을 드러내면서도 록 음악 특유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영민한 밴드였다. 내게는 이 앨범이 그 증거로 보인다.

이치현(보컬 기타), 이현식(베이스), 이순남(드럼)의 3인조로 발표한 1, 2집과 달리 이 앨범은 이치현(기타 보컬), 김준기(보컬 퍼커션), 김용식(키보드), 오원철(베이스), 김태영(드럼)의 5인조로 재편되어 조금 더 록킹하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화려한 로큰롤 트랙 「난 몰라」나 당시 한국 록 음악에 흔치 않던 아메리칸 하드록 스타일의 「느낌」같은 곡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느낌」에서 이치현은 기타리스트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데, Joe Walsh나 Tommy Bolin같은 스타일의 맑은 톤은 당시 어떤 앨범에서도 듣기 힘든 것이었다.

반면 「그대 곁에」나 「오래전부터」는 「추억의 밤」(1985)이나 「짚시여인」(1988) 같은 곡으로 나아가는 벗님들의 방향을 감지하게 만든다. 이렇게 퍼커션을 활용하는 모던한 느낌의 트랙이야말로 벗님들다운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당대의 어떤 스타일들과도 다른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개성이다. 물론 「사연」이나 「진실한 사랑」처럼 편곡이 덜 된 듯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음악들로 80년대를 대표하고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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